생각나누기/글마당

휴전선의 산새들/조정이

나비 오디세이 2019. 7. 28. 10:10


휴전선의 산새들

 

조정이

 

휴전선 미루나무 가지에

북쪽 산새, 남쪽 산새들이 모여

날마다 정답게 지냅니다.

 

통일 통일 노래만 부르다가

손주 턱에 수염 나겠다야.

우리 이 작은 부리로

은하수라도 떼어다가

다리를 놓을까,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나란히 나란히 놓아 볼까,

은하수 다리, 무지개 다리.

 

은하수 다리 쪼르르 타고

남에서 북으로

무지개 다리 쪼르르 타고

북에서 남으로

 

어제는

북쪽 산새들이

금강산 구경을 시켜 주었습니다.

오늘은

남쪽 산새들이

서울 남산 구경을 시켜 주었습니다.

 

꽃 향기같은 마음을 나누며

휴전선 미루나무 가지에서

한가족이 되어 있는 산새들.

 

손주 턱에 수염 나겠다야

어쩌구 저쩌구.

저쩌구 어쩌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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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춘문예 조선일보 1995년 동시 당선작

이즈음 이 동시의 의미가 새롭게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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