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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을 위한 어두움

나비 오디세이 2005. 10. 14. 05:48

  개인이나 지구의 재생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날개를 얻기 위한 전 단계, 다시 말해 어두컴컴한 고치나 번데기 안에서 죽음을 맞는 단계 대문에 망설이기도 한다. 하지만 개인이나 문화 속의 낡고 진부한 것들의 죽음과 함께 찾아오는 진통을 목격했거나 겪어본 사람들은 곤충의 변태를 보고 용기를 얻는다. 곤충의 변태는 생사를 건 몸부림이 재생에 꼭 필요함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한 실화를 들은 적이 있다. 어떤 사람이 고치를 발견하고 집으로 가져가 나방이 나오길 기다렸다. 어느 날 나방이 고치에 작은 구멍을 내고 그 구멍으로 나오려고 몇 시간 동안이나 안간힘을 썼다. 그러다가 더 이상 아무런 진전이 없었는데, 나방이 너무 지쳐 아예 움직이길 포기한 것 같았다. 이를 지켜보던 그 사람은 친절을 베풀어 나방을 도와주기로 했다. 그래서 가위로 고치를 잘라주었다. 나방은 덕분에 아주 쉽게 빠져나왔지만, 몸은 퉁퉁 불고 날개는 작게 쪼르라든 채로 나왔다. 그 사람은 곧 나방의 부은 몸이 가라앉고 쪼그라진 날개가 펴질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기다렸다. 그러나 더 이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방은 죽을 때까지 한번도 날아보지 못했다. 나방은 고치에서 고통을 겪어야 몸과 날개에 피가 고루 통해 날 수 있게 되는데, 그 나방은 자기를 구해준 사람 때문에 그 과정을 건너뛰고 만 것이다.

  <세상에 나쁜 벌레는 없다>에서 발췌

 

  아이가 자라는 과정이 고치나 번데기의 과정이라는 것을 안다. 그 아이에게 성장기는 곤충의 변태의 과정에서 겪는 생사를 건 몸부림과 흡사하다는 것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 지나친 친절을 베푼 '어떤 사람'처럼 되지 않기 위해 부모는 항상 배려하고 깊은 생각을 가져야 하겠다는 생각이다. 무조건적인 사랑보다는 사려깊은 사랑을 베풀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