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으로 살기 한겨울 초록빛으로 살기 언땅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으려는 다리에 힘이 실린다 냉기 머금고 짱짱하게 당기는 하늘 바라보며 서 있는 나무의 구석진 곳 보일듯말듯 연한 이파리 하나 내 발걸음을 잡아 당긴다 이파리 너머 새도 날고 꽃도 환하다 한겨울 새순을 밀어올리는 저 파문 그대로.. 일탈을 꿈꾸며/바람 2011.11.08
사진 사진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사진 한 장 1965년 동대문 운동장 월남으로 파병되는 아들을 바라보는 어머니 맨발에 흰 고무신 희끗한 쪽진 머리 무명 저고리에 허리띠 질끈 졸라맨 구겨진 치맛자락 얼굴 골짜기엔 근심이 흐르고 검게 그을려 간장색이 된 손등에 툭 불거진 힘 줄 그 힘 줄은 말.. 일탈을 꿈꾸며/바람 2011.06.16
일상처럼 일상처럼 한 해를 보내고 한 해를 맞이했다. 보내고 맞이했다는 말도 맞지 않는 표현이다. 무엇을 보내고 무엇을 맞이했는가. 내가 있기에 느끼는 것일 뿐. 내가 없으면 그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일 터. 그런 것처럼, 일상을 평상심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늘. 일탈을 꿈꾸며/바람 2011.01.02
나의 모습인 것 같은 오늘 22년만에 만난 선생님의 모습에서 20년 후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긴 시간이 흘렀는데 선생님을 만났을 때는 그 시간을 느낄 수 없었다. 단지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머리가 백발이라는 것 뿐. 선생님의 열정과 삶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서 강의 내내 아주 ..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9.03.20
개구리 며칠 전에 가까운 산에 갔었다. 그곳에는 작은 웅덩이 하나가 있었는데 따스한 날씨에 개구리들이 절기를 잊은 채 일찍 나온 거였다. 경칩인 줄 알고 나와서 서로 짝을 부르고 와글와글...계곡을 울렸다. 바람이 무척 많이 불었는데 바람소리와 개구리의 구애의 -순전히 종족보존의 울음이라는데- 울림..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9.02.20
가을이 가고 있다 가라고 밀어 내지 않아도 가을은 가고 있다. 그와 반대로 오라고 하지 않아도 온다. 가고 오고, 오고 가고. 한래서왕寒來暑往이라, 찬 것이 오면 더운 것이 온다고. 그런데 며칠 전, 어떤 이는 이렇게 물었다. 가을이 오라고 손짓하니 겨울이 온 것일까? 아니면 겨울이 오려고 몸부림치니 가을이 비켜준 ..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8.10.27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람사이에 흐르는 기의 흐름이란 무엇일까.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라 했는데 기의 흐름은 곧 영혼의 흐름과 같을 것이라 여기는데 사람과 사람사이에 기가 흐른다면 21그램이 보이지 않게 왔다 갔다 한다고 해야할까. 아니 때론 공기처럼 또 때론 비처럼, 눈처럼, 바람처럼, 소리도 내고 형체..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8.09.22
나는 지금 나는 지금 구름 위를 걷고 있다. 그 위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출근길 2호선 신도림 지하철역을 연상케하는 옥수수를 한 알 한 알 빼먹고 있다. 빈틈이라곤 없어 보이는 그들 사이에서 미립자라도 들어갈 공간을 찾고 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 뿐. 옥수수들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8.08.06
봄바람 바람이 많이 분다. 봄은 봄이로되 봄이 아닌 듯하다. 봄옷을 입으려니 몸이 오그라드는 것 같다. 내의를 얇게 입고 얇은 겨울옷을 입고 겉옷만 봄옷을 입었다. 보온이 잘 된 것 같다. 춥지 않다. 모두들 추워도 춥다고 말하지 못하고 움츠러드는 모습인데 난 더운 기운이 인다. 몸이 추우면 이렇게 옷을 ..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8.03.27
오늘, 산책로는 이른 아침, 일어나자마자 부스럭부스럭, 자전거를 타고 산책로까지 간다. 아침안개가 자욱하다. 양족 논에는 무애의 바다가 펼쳐져 있다. 저 너머 동산이 섬처럼 둥실 떠 있다. 왜가리 부부일까. 왝왝 하며 날아간다. 안개 속에서 실체를 드러낸 거미줄의 행렬. 그리고 안개등. 이른 아침의 산책로는 그.. 일탈을 꿈꾸며/바람 2007.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