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새벽길

나비 오디세이 2005. 10. 20. 22:07

이른 새벽, 눈이 떠졌다.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다가 일찍 일어나게 된 것이

꼭 덤으로 얻어진 '내 삶'인 것 같다.

이 시간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잠들어 있어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고요하기만 하다.

새벽 공기가 알싸니 차다.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간다.

정적을 등에 지고 걷는다.

 

상쾌하다. 코끝이 차갑게 느껴지고

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하지만 좋다.

 

아직 어스름 길, 어둑한 길을 달무리 가득한 보름달이 비춰준다.

달빛은 발걸음을 따라 온다. 친구가 있으니 외롭지 않구나.

달빛친구. 그렇다. 그는 절대로 변하지 않을 친구다.

달빛 같은 친구가 있다는 것, 가슴 벅찬 감동이다. 살다가

그런 친구를 만나면 꼬옥 안아주고 싶다.

 

간혹 달리는 쌩앵 차들의 소음이 있지만

친구를 얻은 마음은 한없이 너그러워져 달게 받아들인다.

태어날 때부터 이기적인 인간의 마음이라서일까. 

내 중심의 사고에 길들여져 있다. 이러한 나를 아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달님은 닿는 곳 어디에나 빛을 보내고 있다.

고른 사랑.

사랑은 기우뚱 기우뚱 하다가도 제자리를 찾아 균형을 잡는 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문득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어떤가에 생각이 미친다. 먼저 나를 돌아 볼일인 것을 느낀다.

 

새벽달의 고른 평화를 보게 되니 내 마음은 구름마냥 두둥실 떠다닌다.

너무 황홀하여 그저 바라보기만 하여도 좋은 둥근달이여!

 

황무지 같은 세상에서 살맛나게 하는 것은 자연이구나.

 

가끔씩 얻어지는 '덤 같은 시간.

행복은 작은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