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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가을

나비 오디세이 2005. 10. 28. 13:22

가을바람에 꽃비가 내리듯 낙엽들이 우수수

거리에를 수놓고 있다.

10월 말의 가을 바람은 낙엽에게만 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도 불고 있다.

 

한쪽 구석에 훵 하니 구멍이 뚫린듯

막무가내로 휘휘 젓고 들어오는 바람

그 바람을 막아 줄 이는 누구일까...

그건 누구도 아니겠지.

나 자신이겠지.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가을 바람은 실바람이 아니다.

살랑이는 봄바람도 아니다.

속 깊은 곳에 깊게 패인 상처처럼 부는 곳 마다

점점이 자국을 남기고 만다.

 

매년 바라보는 낙엽의 춤사위

바람에 제 몸 맡겨버리고

한 잎 두 잎 우수수 떨어지며 절대로 저항하지 않는

낙엽들의 순진무구함을 바라보지만

때 마다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내가 변해서이리라.

 

나이가 듦에 따라 경험의 소산에 따라 바라보는 시선은

좀 더 높은 곳에 있을 것이며 좀 더 성숙한 바다에

있을 것이라 여긴다. 그래서 달라보이는 것이리라.

 

오늘은 유난히도 바람이 많이 불고

노란 은행잎이 바람에 몸을 싣고 부유하는 모습은

다른 어느 해보다

처연하다 못해 쓰리게 내 가슴에 각인 되었다.

 

산에는 오색의 물이 들어

너무 아름답다 못해 눈물이 날 정도였다.

어떤 자연주의자이자 신비주의자인 시인은

걸을 때마다

"발 믿을 조심하라."고 경고 했다.

그것이 작은 것에 깃든 신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고

작은 것에 깃든 생명을 사랑하는 가장 우선되는 행위임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산에 오르는 길에는

산새들이 퍼드득 날아오르는 소리에 놀라기도 하고

여기저기에 날아다니는 노란 나비

발밑을 기어다니는 수많은 작은 벌레들이

나의 친구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래서 결코 외롭지 않은 발걸음이 되는 시간.

만일에 그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산에 오르는 재미는 반감되리라. 그저

헉헉 대며 오르는 순간만이 있을 것이므로.

 

가을 산은 신의 선물처럼 내 가슴에 물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