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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을 읽고

나비 오디세이 2006. 10. 14. 06:06
 

책문, 왕과 세상을 향한 목소리


과거로 왕의 정치적 파트너를 뽑다


  왕정국가에서 왕은 국가정책을 결정할 때 가장 정점에 있는 주체이다. 신하들은 개인이나 당파의 이해에 관심을 둘 수도 있다. 하지만 왕은 국가 전체의 이해를 생각한다. 국가의 안위가 곧 왕실의 권력을 유지하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왕은 자신의 정치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유능하고 정직한 정치적 파트너로서의 관리가 필요했다. 과거는 이런 관리를 뽑기 위한 가장 일반적이고 객관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였다.

  과거제도는 수 隋의 문제文帝(581~604) 때 처음 실시되었다. 애초에는 천자가 귀족들의 권력을 누르고 중앙으로 권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실시된 제도였다. 따라서 귀족들은 당연히 과거제도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당唐의 과도기를 거쳐 송宋에 이르자, 수많은 신흥사대부들이 과거를 통해 관리가 되었다. 과거제도가 보편적인 관리선발의 방식이 된 것은 바로 이때부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광종(949~975)때 중국 후주에서 귀화한 쌍기雙冀의 건의로 958년에 처음 실시되었다. 인종 때 산술과 법률 등 잡과까지 추가되면서 점차 체계화되었고, 이후 조선이 망할 때까지 모든 관리선발의 기초가 되었다.

 

며칠 전 <책문>을 읽었다. <책문>은 김태완이 쓰고, 소나무에서 펴냈다. 조선의 과거시험 중 최종시험인 전시(殿試)에서 치르는 시험이 책문이다. 이는 왕 앞에서 치르는 시험이다. 대과는 소과를 거친 생원이나 진사, 성균관 유생들이 치루는 본격적인 시험이다. 초시와 복시를 거쳐서 수많은 인재들 가운데 33명만 남는데 이들은 탈락은 없고 등수만 정한다.

  책문은 시대의 물음에 답하는 만큼 무엇보다도 정치 현안의 문제를 묻고 답하는 글이다. 그러므로 현실을 직시하고 그 시대에 가장 중요한 일인 時務를 제시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조대왕의 경우는 책문으로 출제한 문제가 수십 편이나 돼 정조대왕의 개인문집인 <홍재전서>안에 따로 다섯 권으로 편집 되어 있다 한다.

  율곡 이이는 조선시대 선비들 가운데 책문을 많이 남긴 사람에 속하는데, 질문이 6편, 대책이 17편이나 된다고 한다. 그의 책문은 순수한 철학적 문제에서 역사관, 귀신과 죽음의 문제, 사회제도, 국방과 외교, 문화와 풍습 등 삶의 모든 분야에 걸쳐 있다.

  역사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 더불어 인간적 고뇌와 인간이 갖는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생각 하게 된다. 나도 인간이고 아주 오래전에 살았던 우리의 조상들도 인간이었기에 그러한 것이리라. 긴 시간 자신을 닦고 수많은 서적들을 읽고 깊은 사유를 통해 자신을 키워온 그들도 역사 앞에 당당히 고개를 들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어느 시대에서건 “그때 그 사람이 그렇게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그랬더라면 더 발전했을 것이고 더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었을 것이며, 현재의 우리나라도 더 나은 위치에 서 있을 것이라는 생각. 그러나 정말 그럴까. 아쉬움이 있기에 아쉬움으로 지금의 우리가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역으로 또 생각해본다.

   어쨌든 이 책을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고교생들이 읽어 보아도 좋겠다. 아니 그 누구라도 역사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