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글마당

멧새 소리/ 백석

나비 오디세이 2017. 4. 6. 16:51

 

 멧새 소리

 

 

 처마 끝에 명태를 말린다

 명태는 꽁꽁 얼었다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

 문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정본 백석 시집>>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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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과 시의 내용이 얼핏 봐서는 이해가 잘 안 된다. 한 번 두 번 더 읽는다. 묘한 느낌이 전달되는 것을 느낀다.

꽁꽁 언,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기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린 명태. 해가 진 뒤 어둠이 내려오는 때,

"볕은 서러웁게 차갑다"는 화자의 마음에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아, 얼마나 서러웁기에 볕도 서러웁게 차갑다고 할까.

화자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라고 단정짓는 데서 한층 감정이 고조된다. 그리하여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리는 차갑게 서러운 날,

멧새 소리가 들려온다. 멧새 소리는 서럽게 차가운 마음을 더 차갑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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