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通統/독백

버려야 할 것

나비 오디세이 2007. 6. 27. 06:52

버리고 또 버리고 나면 가벼워져서 새처럼 날 수 있을까.

버린다고 버려질까. 버린다고 하고서 오히려 더 붙잡고 늘어지는 우를 범하고 있는 일상.

그 일상이 버거워 더 무거워지는 삶을 사는 나.

몸도 마음도 버릴 것 투성인데 나는 어쩌자고 욕심을 내는 것일까.

 

7대 원죄를 버려야 한다고.

탐욕, 오만, 질투, 분노, 사음, 탐식, 나태.

 

眼, 舌, 鼻, 耳, 身, 意.는 六門으로 우리 몸의 귀중한 것을 손상시키는 겁적(劫賊)이라고 했다.

이 육문으로 말미암아 우리 몸의 귀중한 것들이 손상을 입는다. 결국 그 누구도 아닌 나로 인해

내 모든 것을 겁적당하는 것이다. 수도, 정진하는 것은 나를 닦는 일.

근진(根塵), 곧 五根과 五塵으로부터 벗어 나는 일. (과연 이것이 가능할까?)

인간이라는 굴레는 점점 그것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게 하는 것 만 같다.

 

탐욕을 버리고, 자만하거나 교만하지 않으며, 온갖 질투를 없애야 하며, 분노를 삼가야 한다.

그러나 때로 분노하라고 했다. 안 된다고 소리치고 분노를 표출해야 할 때를 알아야 하는 것.

음탕한 생각을 버리고, 음식을 탐하지 말라는 것이다. 식탐을 버리는 것은 나태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한다. 배부른 자는 나태하게 마련이다.

아,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원죄라. 내가 원해서 가진 것 아니고

본디부터 나를 따라 태어난 원죄. 나를 손상시키는 겁적들.

 

오늘 새벽 자전거를 타고 들판을 달리는데 안개비가 옷을 적셨다.

시나브로 내 몸과 마음의 옷도 적셔졌다. 자꾸만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나를 보았다.

어둠의 세계. 동굴 속으로.

'버려야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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