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글마당

노숙 - 김사인

나비 오디세이 2016. 4. 24. 15:15

   노숙



           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 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 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었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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