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해
나희덕
저무는 표정까지도 어두웁지 않구나
붉은 해여,
끌려가는 뒷모습조차 비굴하지 않구나
녹슬은 사슬소리 내지 않으며
저 어둠의 언덕 너머를 향하여
제 발로 힘있게 걸어들어가는구나
내가 한점 시름에 매여
거리를 떠돌고 있을 때
나의 눈물을 덥혀주는 이여,
상처난 몸을 부끄럽게도 온통 물들이는 이여,
끌려가면서도 오히려
울먹이는 구름을 위로하는 네 사랑이
하루에 이루어진 것 같지를 않구나
타오르다 거리에 버려진 사랑이여,
문득 뒤돌아선 너의 빛나던 얼굴이
내게는 마지막 채찍이 되어 남아 있구나
<<뿌리에게>>,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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