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학동 2
장석남
저 대추나무에 열린 바람 소리
다다미집 창문을 넘어 긴 담쟁이덩굴을 넘어오는 바람 소리
위안부처럼 퉁퉁 불은 구름 그림자 지나간다
성공회길 모퉁이에서 지난해 마른 코스모스가
모든 살아 있던 것들의 영혼을 보여주고 있다
봄바다야 삶은 얼마나 누추한 것이냐
봄바다에 닿기 전 다시 한번 망설여보는
봄바다에 내리는 늦은 눈발의 미약한 말을
내 무릎 관절이 알아듣고 있다
구름 그림자 따라가다가 너무 멀리 가므로 다시 오는
바람 소리
대추나무 가지 사이에 반질반질
길 내는 바람의
새앙쥐 같은 발길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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