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글마당

송학동 2 - 장석남

나비 오디세이 2016. 7. 5. 08:10

  송학동 2


             장석남


 저 대추나무에 열린 바람 소리

 다다미집 창문을 넘어 긴 담쟁이덩굴을 넘어오는 바람 소리

 위안부처럼 퉁퉁 불은 구름 그림자 지나간다

 성공회길 모퉁이에서 지난해 마른 코스모스가

 모든 살아 있던 것들의 영혼을 보여주고 있다

 

 봄바다야 삶은 얼마나 누추한 것이냐

 봄바다에 닿기 전 다시 한번 망설여보는

 봄바다에 내리는 늦은 눈발의 미약한 말을

 내 무릎 관절이 알아듣고 있다


 구름 그림자 따라가다가 너무 멀리 가므로 다시 오는

 바람 소리

 대추나무 가지 사이에 반질반질

 길 내는 바람의

 새앙쥐 같은 발길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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