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온통 하얀색 도화지가 되어버렸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눈 세례에
하얗게 옷을 갈아 입은 세상은
백옥처럼 하얀 길을 만들어 놓았다.
나뭇가지가 휘어지고
갈라지고 끊어진다.
견디기 힘든 양 고개를 푹 숙이고
인고의 시간을 버티고 있다.
온갖 더러운 것들이 하얀 색으로 덮이니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이 또 있을까.
하늘에서 내린 눈이 우리의 삶 언저리에도 이렇게 닿을 수 있다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 날 수 없는 수렁에서
허덕이는 가난의 그늘.
그 그늘에도 하늘이 내리는 눈처럼 덮어 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도래할 것인가.
환상.
그 누구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빈부의 격차.
하얀 세상에
하얀 마음으로
하얀 생각을 하였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