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通統/서랍

버지니아 울프

나비 오디세이 2005. 12. 16. 11:30

버지니아 울프.

그녀의 책들을 접하다 보면

내 의식의 흐름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흐릿해지다가

갑자기 한 순간에 광명이 비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난해한 그녀의 글들이 내게

멍청한 나의 의식을 깨우치기 때문이다.

 

한참을 읽어 내려가다보면

그녀의 세계에 나 또한 몰입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때론 그 의식의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해서

그녀가 그렇게 가버린 이유를 헤집어 보게 된다.

내가 그녀라면...어떠했을까...

나 또한 그녀처럼 죽음을 생각한 적도 있었고

한달여를 두문불출하고 내 안의 세계를 탐닉한 적도 있었다.

청년기에는 막연하고 그 막연한 세계의 두렴움이 생의 결별을

생각하게도 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녀가 생을 마감한 것은 59세의 나이이다.

아니 그녀가 시도한 것은 젊은 시절이기도 했다. 실패했지만.

결국 그녀는 그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밖에 없었을까.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에 등장하는 그녀의 이름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그녀에 대해 낯설지 않다.

그녀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정작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심오하게 이해하기란

정작 너무나 멀고 먼 길인듯 하다.

나부터도 그렇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그녀의 세계.

그녀만의 색깔을 찾다가도 흐지부지 하게 된다.

그녀는 나의 연구대상?...

때론 닮고 싶은 여인. 사랑의 대상이다.

 

흩날리는 눈발속에 그녀의 사진이 오버랩된다.

깡마른 체구의 그녀가 움푹패인 주름살에 가리고

있는 그녀의 의식의 세계를 보여주는 곳은

다름아닌 그녀의 작품세계이다.

그녀의 세계에 나도 빠져들게 된다.

 

흰눈이 때론 비둘기의 앞가슴처럼 잿빛이 되기도 하고

붉은 빛을 띠기도 한다는 그녀의 마음의 세계.

그속에 잠시 들어갔다가 오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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