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들

바닷가에서

나비 오디세이 2007. 8. 1. 07:43

한여름의 바닷가. 가족들, 연인들, 단체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더위는 어디로 갔는가 싶게 사람들은 신나게, 행복하게 더위를 즐긴다. 그렇다.

정말 즐긴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그들은 한때의 휴식을 바닷물에 담그고 떠난다.

그럼 바다는 그들의 일상에서 젖어 있던 슬픔과 번뇌와 고통 등을 모두 받아 들이고

다시 정화시켜준다. 그리고 바다도 다시 원상으로 돌아와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물결친다.

우리가 친 텐트 오른쪽엔 연인이, 왼쪽엔 절친한 듯한 3인 가족이, 그 앞에는 단체여행객들이,

그 뒤로는 아들 둘과 함께 온 4인 가족이 있다. 텐트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그 텐트가 아늑한 공간이 되어준다. 모두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담소하고 또 물가로 나가

물놀이를 한다. 바닷바람이 간간이 불어와 시원하다. 바람이 없으면 찜통.휴! 그래도 좋다.

아이들은 마냥 신나서 바다로 바다로 간다.

텐트를 치는 일은 어려운가. 어떤 사람은 쉽게 또 어떤 사람은 어렵게 텐트를 친다.

우리가 면저 도착하여 텐트 안에서 쉬고 있는데 우리 뒤로 빈자리가 생긴다.

금세 그 자리에 새로운 가족이 온다. 그 가족은 텐트를 치기 시작한지 한 시간-내 생각엔-정도

지났는데 아직도 텐트를 못치고 이렇게 저렇게 끼우고 맞추고 한다. 큰 아들은 도와주고 엄마는

서서 지켜보고 있고 작은 아들은 불평이다. 가장의 얼굴과 온몸엔 땀으로 범벅이다. 그래도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누구한테 도움을 청하지도 않는다. 휴~ 보는 내가 힘들다. 지칠법도 하건만...

드디어 완성이다. 내가 다 시원하다. 그들은 내 맘을 모르겠지만.

금세 밥을 짓고 보트에 바람을 넣고 신나게 논다. 튼튼한 집에서 하룻밤을 묵고 가겠지.

난 그것을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우리 일정에 맞게 그날 저녁에 집으로 왔다.

그들은 지금쯤 신나는 시간을 보냈겠지...하하하. 그들은 모를 나만의 생각이다.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꿋꿋이 텐트를 치는 그 아버지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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