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들

아버지에게 존경과 사랑을...

나비 오디세이 2006. 11. 18. 06:13

아버지는 1933년 9월 28일(음)생이다. 오늘이 아버지의 생신날이다. 아버지는 우리가족 모두의 희망과 사랑, 그리고 존경의 보석함 같은 존재로 서 계신다. 아버지의 철학은 평생 공부하는 자세로 삶을 사는 것이며,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것을 몸소 행하고 계신다. 엊그제는 새로운 옥편을 하나 사서 한자를 공부하시는 모습을 보았다. 신문 스크랩을 꼼꼼히 하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면서

'나도 나이가 들어서도 저렇게 살아야지'하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건강하다. 정신도 육체도 모두 건강해서 지금도 일을 하신다. 남들은 자식들 뒷바라지 받으며

유유자적하는 시간에 아버지는 일하시고 공부하신다. 자식들은 그 모습을 보고 자라서인지

공부와 일에서는 뒤지지 않으려는 욕심쟁이들이다. 그 어떤 스승이 이만하랴.

 

어느 날인가 아버지가 지나치듯 했던 말이 생각난다.

결혼 초기, 잠시 계화간척지에서 일을 하신 적이 있었단다. 그때 간척지 공사에서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죽어갔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때는 바다를 막는 공사를 하면서 사람도 바다를 막는 방패막이처럼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런 일을 하는 중에 아버지도 그 자리에서 바다에 휩쓸려 갈 뻔 했는데 누군가 손을 잡아 주어 살아 나셨다고 한다. 그 '손'이 아니었다면... 하시면서 인생의 고비고비를 이야기하신다. 자식들에게 자신의 처지와 힘든 상황을 한번도 말씀 하신적 없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어느 해, 명절 끝에 하신 말씀이 나의 가슴에 화석처럼 박혀버렸다.

 

나는 생각한다. 문명의 이기로 이런 세상을 만들어서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어릴적 다녔던 늪과 산과 들과 강은 참으로 소중한 소풍지였다는 생각을...

 

아들과 함께 돌아오는데 아들이 하는 말.

"엄마, 나랑 같이 소풍가니까 재밌지? 상어도 보고, 응?"

"응. 하하하"

 

아버지와 어머니는 내 손잡고 소풍을 간 적이 없다. 언제나 일에 파묻혀 사셨다. 그렇게 사셨다. 바쁘게.

그래서 자식들을 교육시켰다. 그 결과가 지금 자식들의 삶에 자양분이 되었고 지금의 삶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어머니 아버지 세대의 무게다. 자식들은 많고 -대개 6-7명의 자녀를 두었다-

자식이란 어깨위에 80킬로그램 쌀 한가마니를 지고 자갈길을 가는 것과 같은 존재라 했다. 쌀 한가마니를 어깨에 지고 평지를 가는 것도 어려운데 자갈길을 가는 것이다. 그것도 어디 한 가마니뿐인가.

 

아버지의 20대는 떡 벌어진 어깨에 175센티미터의 건장한 체격을 지닌 멋쟁이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레트 버틀러를 연상하게 하는 외모는 아니지만 체격은 그와 비슷하다. 그 어깨를 누가 갉아 먹었는가. 세월은 아버지의 다리와 어깨와 팔에 뼈를 드러나게 했고 머리에는 흰 산이 앉아 있게 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늘 웃으시며 하루하루를 사신다. 그런 아버지의 생신을 맞이하여

오늘은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날이다. 기대된다. 보고싶다. 모두들.

 

가족의 사랑은 가슴을 벅차게 하고 쿵쿵 뛰게 한다.

아버지, 일흔 네번 째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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