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들

조카를 바라보며

나비 오디세이 2010. 2. 4. 03:52

수능을 마친 조카를 바라보는 마음이 복잡했다.

노력한 만큼, 기대한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못 본 점수도 아닌 성적.

한마디로 아쉽다는 것. 그래서 주위에서는 재수를 권유했다.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재수하는 것을 반대했다.  자신의 의지가 확고히 세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조카는 방황했고

결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을 고민했다.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쩌면 더 갈등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조카 못지않게 그 부모들도 힘들어했지만 어디 본인만큼이랴.

어쨌거나 힘든 상황에서 재수를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도 재수하기를 바랐고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얘기도 해주었지만 막상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잘 한 일일까?'나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내가 이럴진대 본인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면서도 너무 고민했지 싶은 생각도 했다.

너무 긴 생각이 그를 지치게 했을 것이므로.

 

이러한 상황은 비단 조카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의 고3생들이면 대부분 접하는 고민일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고민이지만-개인의 미래를 위한- 사회를 위해서도 필요한 고민인 것만은 사실이다.  

배우는 일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어야 한다. 그것을 즐기고 그렇게 즐겨 받아들일 때라야

흡수가 잘 되고, 그것을 잘 받아 먹은 나무는 저절로 푸르게 자랄 것 아닌가.

뿌리를 깊게 내려 짙푸른 나무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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