瑛芸

발장난을 하다가

나비 오디세이 2007. 11. 26. 05:21

토요일 오후. 약속시간이 좀 남았다. 그래서 아들이랑 준비를 다 마치고 소파에 누웠다.

내가 피곤하다고 하니 아이가 제안했다. 엄마는 이쪽으로 나는 이쪽으로 이렇게 눕자고.

그래서 서로 발을 맞대고 눕게 되었다. 자연스레 발을 맞추게 되었는데

아이의 발이 내 발이랑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헉! 난 너무 놀라서

"영운아, 네 발이 엄마발이랑 거의 같네."

"응 엄마, 나 많이 컸지?"

"하하하"

"호호호"

우리 모자는 즐겁게 신나게 그렇게 발장난을 했다.

발도 맞추고 그렇게 누운 상태로 발가락 춤도 추고 발을 맞춘 상태로 움직이며

노래를 불렀다. 짧은 시간에 하는 장난으로 아이는 너무 재미있어 했다.

 

아이는 발만 자란게 아니다. 몸도 마음도 많이 자랐다.

내 허리깨에 닿던 키는 이제 내 어깨만큼 와 닿는다. 손은 나와 악수를 하면 내 손안에 쏘옥 들어오지 않는다.

오동통한 손가락들이 꿈틀거린다. 내가 추위를 막아주려하면 오히려 아이가 나를 따뜻하게 하기도 한다.

동화책을 읽고 짧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럴 땐 생각지도 못했던 단어들이 튀어 나와 엄마를 당황하게 하기도 한다.

어디서 그런 어휘를 배웠을까? 엄마가 다 따라 다닐 수 없으니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또는 선생님과 대화중에 배웠겠지.

요즘 아이들의 지적 능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더니 우리아이도 그에 못지 않은가보다.

하기야 보고 듣고 체험하는 것들이 우리 때와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차이가 나니까. 당연하지 하면서도

내심 놀란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좀 심리적으로 나약하다. 우리 때는 스스로 처리 했던 일도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처리해준다. 하나나 둘이다 보니 부모는 자연 더 신경을 쓰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렇게 된 일이라 여겨진다.

놓아서 키우자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게 참 쉽지 않음을 느낀다. 나부터도 나도 모르게 아이를 챙기게 된다.

많이 자제하는데도 그렇다. 더 많이 자제해야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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