瑛芸

월명암에 다녀와서

나비 오디세이 2007. 7. 8. 05:48

토요일 아침, 날씨가 어떤지 궁금하다. 날씨 예보관의 말, "하루종일 흐리고 비는 내리지 않겠습니다." 라고 한다. 

우리 가족은 (딸랑 셋) 부랴부랴 챙겨서 출발. 구름사이로 해가 반짝이기도 한다. 햇살이 따갑다. 눈부시다. 그래도 좋다.

월명암 올라가는 길, 초입에서부터 영운이는 힘들어 한다.

'어떻하나? 끝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난 속으로 걱정한다.

숲속으로 들어갈수록 신선한 공기와 새들의 맑은 노래소리와 여름을 알리는 매미의 울음소리에 아이는

힘든것을 잊었다. 그리고 내가 알려주는 갖가지 나무의 이름과 꽃의 이름에 정신을 팔았다. 다행이다.

그렇게 오르다가 다시 "엄마 힘들어, 내려가자." "조금만 더 올라가면 돼."(정상까지는 아직 멀었는데)

그러나 아이는 힘들다고 하면서도 잘 따라 왔고 앞장서 올라가기도 했다.

그도 그럴것이 산은 아이를 지루하지 않게 해주었다. 매번 다른 풍경과 다른 목소리로 아이에게 신선함을 주었다.

숲의 색이 암록으로 변하면서 풍성해지고 햇빛이 나무 사이로 비쳐드니 아이는 신기하기만 한 듯

연방 즐거운 소리로 목소리는 통통 튄다. 물론 힘들다는 소리도 가끔 하면서.

내변산의 아름다운 풍광은 언제 보아도 감동적이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시사철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내변산.

가까운 곳에 살면서 내변산일대를 산행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그 사람 말이

"평생을 다녀도 새롭다."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산이 그럴 것이다. 어느 산이든 산은 정기를 내뿜고 있으며 각기 다른 역사를 지니고

사람들의 발걸음을 인도하고 있으니까.

아이의 작은 다리로 오르고 또 오르니 정상이다. 아이는 신나서 "야호"소리를 내지른다.

그러나 그 메아리는 들릴 듯 말 듯 하다. 내변산은 첩첩산중 고만고만한 산들이 에둘러 있어서

서로서로 보듬고 있는 형상이다. 메아리가 없는 산. 에코가 없다. 에코가 나르시스를 아무리 불러도

나르시스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취해 에코의 말은 듣지 않았다. 그러다 나르시스는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취해 빠져 죽고 만다.

아이는 당연이 자신의 목소리가 돌아온는 것으로 안다. 나는 그대로 그냥 웃어 주었다. 언젠가 스스로 느낄 때가 있을 것이다.

아이가 1시간 정도의 산행은 자주 했지만 3-4시간 코스의 산행은 처음이었다. 걱정했지만 끝까지 잘 갔다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29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에 땀은 비오듯 했지만 마음에는 사랑의 단비가 내린 날이었네.

영운아, 월명암 산행을 축하하고 사랑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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