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며/굴뚝새

라일락

나비 오디세이 2012. 4. 29. 21:45

라일락

 

산 그림자 내려오는 저녁

허물어져가는 흙벽 집 한 채

챙 아래 쌓인 삭은 장작더미와

반질반질한 마당만이 누군가 살고 있음을 알린다

 

소리 없이 할머니 한 분

지팡이에 기대어 이끌리듯

마당을 지나 담장 옆

라일락 나무 곁으로 다가가 오래 머문다

흐릿한 기억들 향기소리를 따라가니

지난 날, 은은한 보랏빛 꽃그늘이다

 

꽃 같은 할머니가 라일락향으로 넘어오는 해질 녘

할머니 옆에서 조용히 향기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