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글마당

도공 詩

나비 오디세이 2016. 10. 16. 11:58

 도공 詩

 

      천양희

 

어느 도공은 마음을 빚어 백자를 얻었다

마음을 빚을 때는

아궁이에 장작불 피우고

호반 위에 떠오르는 달빛을

방안까지 맞아들였다

아침저녁 물가에 앉아

물안개 보고

나무 밑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었다

 

어느 도공은 흙을 빚어 백자를 얻었다

흙을 빚을 때는

마음자리부터 살피고

맑은 혼을 당겼다

숨은 흙을 찾아 떠나고

숨은 흙 찾아 돌아왔다

 

달빛에 더 보탤 것도

어스름 저녁에 더 뺄 것도 없어

 

하루에 천년을 살아버린 어느 도공

 

    <<너무 많은 입>>, 천양희,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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