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글마당

추일서정-김광균

나비 오디세이 2016. 9. 27. 21:27

  추일서정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하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낸 채

 한 가닥 구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로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홀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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