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눈
공광규
겨울에 다 내리지 못한 눈은
매화나무 가지에 앉고
그래도 남은 눈은
벚나무 가지에 앉는다.
거기에 다 못 앉으면
조팝나무 가지에 앉고
그래도 남은 눈은
이팝나무 가지에 앉는다
거기에 또 다 못 앉으면
쥐똥나무 울타리나
산딸나무 가지에 앉고
거기에 다 못 앉으면
아까시나무 가지에 앉다가
그래도 남은 눈은
찔레나무 가지에 앉는다.
앉다가
앉다가
더 앉을 곳이 없는 눈은
할머니가 꽃나무 가지인 줄만 알고
성긴 머리 위에
가만가만 앉는다.
시그림책《흰 눈》(바우솔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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