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글마당

흰눈-공광규

나비 오디세이 2020. 5. 5. 19:27

흰눈

 

공광규

 

겨울에 다 내리지 못한 눈은

매화나무 가지에 앉고

 

그래도 남은 눈은

벚나무 가지에 앉는다.

 

거기에 다 못 앉으면

조팝나무 가지에 앉고

 

그래도 남은 눈은

이팝나무 가지에 앉는다

 

거기에 또 다 못 앉으면

쥐똥나무 울타리나

산딸나무 가지에 앉고

 

거기에 다 못 앉으면

아까시나무 가지에 앉다가

 

그래도 남은 눈은

찔레나무 가지에 앉는다.

 

앉다가

앉다가

더 앉을 곳이 없는 눈은

 

할머니가 꽃나무 가지인 줄만 알고

성긴 머리 위에

가만가만 앉는다.

 

시그림책흰 눈(바우솔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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