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通統/독백

보름달

나비 오디세이 2006. 8. 9. 00:54

"달, 달 무슨 달 쟁반 같이 둥근 달.

 어디 어디 떳나? 남산 위에 떳지."

오늘 밤은 이 노래가 혀끝에 자꾸만 맴맴 맴돈다.

삼경(三庚)의 남쪽하늘에 둥근 달이 말없이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음력 7월 15일. 두렷이 떠오른 망월(望月). 만월(滿月).

어릴적, 정월 대보름의 그 달이 기억저편에 두렷하게 떠오른다.

오빠 손 잡고 따라 나선 꼬마는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여 눈이 휘둥그래 졌다.

달맞이 굿이며, 쥐불놀이며, 달집을 태우는 것, 오곡 밥을 나눠 먹던 일이며....

추억은 물길을 따라 흐르다 멈추다 하며 내 가슴을 저며온다.

간간이, 듬성듬성, 사이를 두고 부정확한 꿈들처럼 꿈틀거린다.

 

활활 타오르던 찌그러진 깡통속의 불길이 내 마음에 선명하게 찍힌다.

그것은 평생 지워지지 않을 그림이다. 그날의 사람들은 모두 가고 없을 테지만

그 기억은 나와 함께 살다가 내가 죽는 날 함께 묻힐 것이다.

 

흡월정(吸月情)한다. 무엇을 위한 흡월정인가.

구름에 가려 보이진 않는 달처럼 나의 꿈도 구름속에 묻힌 것인가. 달이 숨 듯 나의 꿈도 숨었다.

그리고 다시 나타났다. 인연의 복인가. 아름다운 지옥이라 일컫는 인연, 그 연(緣)복인가보다.

그래서 나의 꿈은 다시 살아나 내 곁에 저 밝은 둥근달을 띄운 것이다.

시린달이지만 차가운 달이지만 그 이미지는 결코 차가움이 아니요,

그 안에 내재된 의미는 모성의 강인함과 소원성취의 의미가 있으니...

달은 사람의 가슴을 울렁이게 하고 울컥 치밀어 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 바라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아 끌어 당기는 그 힘은 달의 무게와 맞먹지 않을까. 그 힘이 솟구쳐 오를 때 생은 더 아름답게 지상의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모든 사물이 조용히 조용히 흐르는 시간에 생각은 높은 파도가 되어 하늘을 향하는 것을 어찌하지 못하겠다. 생각의 물꼬가 트이는 순간에 달려가는 생각 열차는 레일 위의 화마(火磨)같다. 

 

자신과의 대화를 시작하는 가장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그 옆에 향기나는 차(茶)도 있고

오늘 밤처럼 보름달이 높이 떠 올라 그 운치를 더해주는 날이면 나는 나를 찾는 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 감정의 소용돌이에 파묻힌다. 그것을 즐긴다. 그리고 나를 채찍질 한다.

 

찜통더위라지만 이 시간은 덜하다. 앉아만 있어도 땀이 송글송글 맺히던 낮과는 다르다.

이른 새벽의 잔잔한 호수 같은 감정은 아니지만 깊은 밤의 고요는 참 나(我)를 찾아가는 데

좋은 시간이다. 나에게는.

 

내 어머니의 품 속 같은 보름달이 두둥실 떠 있는 밤이다. 그래서 더욱 유정한 맘이 들어 잠을 이룰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풍진 세상 태어나고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여정이 달이 뜨고 달이 지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그래서일까. 달님 옆의 구름의 이동을 바라본다. 마음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럼 나의 인생이 보이는 것 같다. 달님 곁에 있는 구름도 해님 곁에 있는 구름도 구름의 인생을 살다 가는 것임을 알게 한다. 말없는 가르침으로 우리를 대한다.

 

달의 향기에 흠뻑 빠진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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