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通統/독백

적멸(寂滅)의 사랑

나비 오디세이 2006. 7. 11. 15:05

나는 적멸의 사랑을 하고 싶다. 고요히 사라지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회색빛 천공(天空)에서 하느님의 눈물인지도 모를 빗물이 내리고 있다. 그 공중을 가르고

날으는 까치와 백로와 참새가 제각각 목욕을 하고 있다. 나의 눈은 즐겁다. 그들의 씻김이

춤사위같아서 즐겁고 곧 나를 씻는 것 같아서 행복하다.

 

적멸(寂滅)이란, 자연히 없어져 버림이다. 또 불교용어로는 번뇌의 경지를 벗어나 생사의 괴로움을 끈는 것을 말한다. 곧 죽음, 입적, 열반을 뜻한다. 나는 왜 그런 사랑을 꿈꾸는가.

 

사랑하는 그 순간이 영원이고 전부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 후에는 사랑을 놓아 주는 것이다. 놓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놓아 '주는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적멸의 사랑이다.

짧은 소견에 잠시 비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까치가 백로가 참새가 날으는 모양이 다르고

그들의 날갯짓이 다름을 보면서 사랑을 떠올려 보았다. 다름에서 오는 또 같음도 생각하였다.

새와 같은 나의 사랑. 훨훨 자유로이 날고 싶은 사랑, 그 사랑에는 고요히 멸할 것을 내가 나에게

말하여 주고 싶었다. 사랑한다고 크게 외치는 것이 사랑의 전부는 아니지 않은가.

 

아이는 안다. 백번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엄마보다 따스한 눈빛으로 대화를 하며, 따스하게 안아주는

엄마의 사랑이 가장 좋다는 것을.

 

부모님은 나에게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 그러나 나는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의 부모님은

말을 하기보다 행동으로 먼저 말하셨다. 그리고 언제나 따뜻한 가슴을 내밀어 안아줄 줄 아셨다.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 사랑을 말하게 되면서 언제나 떠올리는 것은 부모님의 가슴이고 부모님의 눈빛이다.

 

부모님은 적멸의 사랑을 몸소 실천하셨다. 사랑이 무엇이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행하고 그 사랑이 다 소진될 때까지 자신들에게 있는 모든 사랑이 멸할 때까지 태우셨다. 그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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