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通統/독백

술 고픈 날

나비 오디세이 2006. 7. 28. 08:24

그대 찾아 가는 길에 맑은 바람이 머리카락 날리더이다.

그대만큼이나 가녀린 바람이었지요.

그대가 좋아하는 식혜와 옥수수와 꽃 한 송이.

그대는 좋아했을까요?

 

그대 앞에 있는 그 음식들을 보고 아이는 묻습니다.

"엄마, 할머니가 나와서 먹어? 언제? 그전에 벌레가 먹으면 어떻게해?"

"......  아마 벌레가 먹기 전에 외할머니가 먼저 나오실거야."

(난 영혼이라는 말을 했지만 아이는 또 묻고 또 묻는다.)

 

누군가와 술이라도 한 잔 하고 싶은 밤이었다.

그런데 술이 아닌 말(語)의 술을 마신 기분이다. 그것도 쓰디쓴 술을.

 

언니와 나는 옥수수를 말없이 먹었다.

흐른 세월만큼 그리움은 켜켜이 쌓여 있지만

마음에 가라앉아 애달픈 마음만 높아가고 깊어 갔다.

외피(外皮)는 웃음이고 말없음이었다.

그리고 먹는 것은 그대로 위에 저장되었다.

 

뼈대만 남은 옥수수자루를 바라본다.

알맹이 더 먹히고 남은 그 뼈대를 어디에 둘까.

가슴에 담아 두어야 할까? 버려야 할까? 순간 고뇌에 잠긴다.

작은 옥수수 뼈대이지만 그것에도 내가 불어 넣은 생명이 있을 때 함부로

하지 못하는 것인가.

 

 

어머니와 함께 거닐 던 길에 저 백련이 웃고 있었다.

영원한 그리움인 당신의 얼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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