瑛芸

영운, 캠프를 가다

나비 오디세이 2007. 6. 26. 20:31

고속도로를 달린다. 우리 산하는 지금 녹음의 바다를 이루고 있다. 성하의 계절.

지금, 숲에서 거리에서 키가 크거나 작거나 서로 기대어 숲을 이루는 나무들은

풍성과 풍요의 상징처럼 보인다. 젊음의 꼭대기라고 할까. 터질듯 한 그 열기를 어디에 가두어

두어야할지 그들은 모르고 있다. 그저 푸르름을 한껏 머금고 가는 이의 발걸음을 붙든다.

그것이 그들의 최대의 행복인냥 하다.

 

이맘때면 우리집 개구쟁이 아들은 유치원에서 가는 캠프에 간다.

오늘 아이가 1박 2일로 캠프를 떠났다. 옷가지를 챙기면서 설레는 마음 감추지 못하고

"엄마, 언제 화요일이야?" 하는 아이. 그 기쁨을 나도 같이 나누었다.

 

저녁이 되어 아이가 돌아올 시간에 아이가 없으니 집은 텅 빈 듯하다.

너무 조용한 공간, 아이의 빈 자리가 너무 크다.

 

아이가 자란 다음을 예행연습하 듯 나는 나만의 시간을 가져본다.

 

아이는 아직 인생의 초봄, 이제 싹을 틔운 작은 나무. 그 나무가 자라고 자라서

지금 산하를 누비는 큰 나무가 되는 날, 그날이 올 때를 생각한다.

과정을 건너 뛰어 갑자기 큰 나무가 되지 않음을 알기에 아이가 자라는 순간 순간에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누리게 해주려 한다. 물질적 풍요가 아닌 정신적 풍요가

아이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지적 풍요에 가두어서 감성적 풍요가

메마르지 않게 하려고 한다. 세태는 나를 자꾸만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하고 순간순간

물음표를 던지지만 중도파답게? 치우치지 않으려 한다. 아이가 나중에 자신의 인생길,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을 때까지 나는 길을 같이 가려 한다.

 

이 세계, 인연의 바다에서 내가 아이를 만난 것을 생각 한다.

내 인생에서 스쳐 지나간 인연, 질곡을 만든 인연, 행복을 만든 인연, 변화를 추구하게 한 인연,

꿈을 간직하게 한 인연, 등등 수많은 인연이 고리에 고리를 걸고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

인연들을 생각 한다. 오늘, 나는 아름다운 인연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을 생각 한다.

놓칠 듯 놓칠 듯 놓치지 않은 인연이다. 그것은 서로의 노력이 플러스 된 것도 있지만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작용한 듯하다. 그것을 무시할 수 없다.

 

緣. 부모 자식간의 연, 부부의 연, 우애의 연, 형제자매의 연, 사제간의 연, 등등 수많은 연들이

오늘 나의 머리를 스쳐갔다.

아들로 인해 인연의 바다를 가볍게, 사뿐히 걸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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