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우리 아이는 어른스럽다. 내 생각의 범위 밖에서 자신의 사고를 키우고 있음을
보여줄 때 나는 놀라곤 한다. 아이들의 세계는 어른의 시각으로 한정지을 수 없음을 알게 한다.
어제는 내 어께가 무겁고 내 마음도 가라앉아 있었다.
저녁을 먹는데 아이가 느닷없이 묻는다.
"엄마, 오늘 사장님한테 혼났어?"
"왜?"
"응 화난거 같고 힘이 없어보여서."
7살 된 아이가 이렇게 진지하게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저 무심히 넘어가는 줄
알았는데 아이는 나의 상태를 유심히 살피고 그에 대한 느낌까지도 정리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감동이고 감격이었다. 또 놀라움이었다.
남편은 그러지 못한다. 나의 외적 변화에 무심하고 나의 감정변화에도 무딘 편이다.
반면에 아이는 예민하여 아주 작은 변화에도 곧잘 반응을 보인다. 머리 모양이 바뀌거나
옷 색깔이 변했거나 말투가 이상하거나,,,등등. 그럴 때마다 나는
감동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가슴이 울컥하여 심장이 쿵쿵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럴 때 아이를 가만히, 꼭 껴안아 준다.
이런 감동적인 일은 아이와 동화책을 읽으면서도 느낀다.
나의 관점에서 교훈적인 내용을 끄집어 내려 하면 여지없이 아이는
자신의 관점으로 책을 읽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내 눈은 찾아내지 못하는 하찮은 사건도
아이는 잡아내고 그것을 확대하고 확장하여 사고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나는 아이의 세계가 바다로 바다로 흐르고 있음을 직감한다.
어린이의 세계를 가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부모의 자리가 커다란 무게로 다가온다.
몇년 전에 넣어둔 것일까. 책갈피에는 마른 꽃잎이 고스란히 압화되어 있다.
괭이밥, 매화, 살구꽃, 노란민들레,,,,
책갈피에 숨어서 그 향기를 간직하고 있었을까. 나의 마음엔 그 시절로 돌아가본다.
향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그 시절로.
아이의 생각이 책갈피 속의 꽃향기처럼 피어나고 있다. 또 봄꽃들의 향연처럼 피어나고 있다.
-'그림이 있는 정원'에 핀 꽃들
겹꽃으로 핀 노란 수선화
꽃잔디가 이쁘다
수수꽃다리. 라일락이라고 불리며 가로수로 또는 가정집 울타리에 그 향기를 물씬 풍기고 있다. 은은한 보라빛 꽃이 사랑스럽다. 아파트 정원수로 심어진 라일락꽃 향기를 아이와 함께 마시기도 한다.
매발톱이 예쁘게 피었다.
-꽃잔디 속에 핀 빨간 튜울립이 선명한 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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