瑛芸

눈사람을 만들다

나비 오디세이 2007. 12. 31. 16:42

눈보라 치는 날에 아이와 동심으로 돌아가 눈사람을 만들었다.

눈싸움도 했다. 마냥 신나서 눈 위에 일부러 넘어지기도 하고 눈밭에 누워보기도 하는 아이가 이쁘다. 나도 그랬었다. 나는 지금도 가끔 하얀 눈밭에 누워 보고싶다. 하얀눈은 오리털이불, 거위털이불보단 못하겠지만 카시미론 이불은 된다. 폭신하다. 하늘을 덮는 기분이다.

 

"공(空)의 세계에서는 무명도 없는 것이니

무명의 다함도 없는 것이요,

늙고 죽는 것도 없는 것이니

늙고 죽는 것의 다함도 없는 것이다."

"無無明

亦無無明盡

乃至無老死

亦無老死盡"

 

인간이란 본디 불성을 안고 태어나는데 이 無明이란 껍데기로 인하여 진리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무명의 껍데기를 지우기 위하여 석가가 제시한 것이

팔정도라 한다.

正見 바르게 보라.

正思 바르게 생각하라.

正語 바르게 말하라.

正業 바른 일을 하라.

正命 바른 길을 가라.

正精進 바르게 수행하라.

正念 바른 마음을 가지라.

正定 바른 상태에 머물라.

 

밝음이 없는 상태라. 무명이라. 반야심경은 아직 나의 심중에 꽃씨를 뿌리지 못했다. 꽃씨를 뿌리고자 한다. 무자년에 나의 목표다.

불교는 종교인가? 철학인가? 나는 철학이라고 본다. 과학이라고 본다.

깨달음을 얻으면 누구나 부처다. 처처에 부처가 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자기자신을 담금질하는 종교. 적멸의 사랑을 이해하고자 한다. 진실로.

 

아이와 신나게 노는 일에 전념하다가 문득 이 글이 떠올랐다. 아이와 놀아 주는 일이 지금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에..... 약속을 지키는 것이 내가 할 일이며 눈은 또 언제 내릴지 모르니 지금 내렸을 때 약속을 지켜야 했다. 어쩌면 그것이 내가 바르게 살고자 하는 것에 한 걸음 다가간 것이리라. 나의 교만을 잠재우기 위해 팔정도에 눈이 간 것. 나의 오만을 잠재우기 위해. 내가 바르지 못하기에 바를 정(正)에 눈이 간 것. 그런 것. 부단히 노력하는 것.

 

* 대통령 당선자의 신년사에 댓글이 이천개가 넘는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대통령당선자의 신년사가 국민에게 권위와 공감을 주기는 커녕
웃음을 안겨주고 있으니 이게 무슨 비극인가.
보나마나 이명박정부는 5년내내 그 위장과 불펍편법문제로 시달리고 권위를 갖지 못할 것 같다..."

그 중 하나만 여기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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