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通統/서랍

취학통지서를 받고

나비 오디세이 2008. 1. 27. 06:45

어제 저녁, 이장님이 아들의 취학통지서를 가지고 왔다. 그것을 아들이 먼저 받아 들었다.

"안그래도 왜 안 나오나 기다렸어요."

"아, 그래요. 몇 번 방문했는데..."

 

예비소집, 준비물 등등 자세한 사항들이 빼곡히 적혀 있다.

기분이 묘하다. 기다렸지만 막상 받고 보니 이제 정말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는 구나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고 할까.

갓난아기 땐 '언제 크누' 했었는데 어느새 초등학교에 간다니...

누구나 다 마찬가지 겠지만 네겐 너무 특별한 아이이기에

아이로 인해 겪게 되는 많은 사건 사고들이 내겐 남다르다.

아이로 인해 내가 경험하는 세계는 다른 어느 세계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내가 처음 "엄마"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의 감격과 감회가 다시 떠오른다.

 

새벽이면 늘 깨어 기도한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건강하고 튼튼하게, 이 사회의 기둥이 되라고....'

모든 부모의 마음이겠지. 기도하는 만큼 아이의 하루하루를 꽉 채우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어제 시어머님과 시이모님의 대화다.

  "딸은 꼭 있어야 해." 시어머님이 말했다.

  "그래, 선자가 없었어봐." (선자는 시이모님 막내 딸이다)

  " '어머니 기름 아끼지 말고 팍팍 때요. 내가 백만원어치 넣어줄 께'. 추울 때

  선례가 전화해서 이렇게 말하드랑게" (선례는 어머니 딸, 울 신랑 누님)

 

난 생각했다. 내가 나이가 들어 나의 언니를 만나면 이런 대화를 나눌것인가.

아니면 무슨 대화를 나눌것인가. 딸이 없는 나는 이런 말보다는 다른 말을 하겠지.

딸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 있다. 그러나 이젠 그런 생각도 하지 않는다.

내가 나이가 들면 아들이든 딸이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한 것이 될 듯하기에...

 

자매들이 만나면 참으로 다정스럽게 얘기를 나눈다.

하나라도 더 주려고 서로의 짐을 푸는 모습이 정겹다. 그러면서 또 생각은

아들에게로 간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은 누굴 의지할꼬. 형도 누나도 동생도 없고 ...

아래층 사는 지 친구는 누나가 셋이다. 그것을 부러워하다가

"엄마, 나도 누나가 있었으면 좋겠어." 한다. 그럴 땐 난감하고 내 능력 밖의 일이니 어쩌누 한다.

 

아이가 다닐 초등학교에는 시이모님의 아들의 아들이 다니고 있다. 가끔 그 형들이랑 만나서

놀았다. 그 형들이 학교에서 저를 봤다며 반가워 한다. 그리고 형들이 맛있는 거 사줬다고 한다.

외사촌들은 다 커서 영운이 또래가 없다. 시이모님의 아들의 아들이면 몇촌간인지 모르겠으나??

그들은 서로 친척이라는 울타리를 가진다. 그래설까. 내 마음도 조금은 든든하다.

학교에 가더라도 의지가 되겠구나 싶어서.

 

아들아, 화이팅! 초등학생이 되는구나!!!

'痛通統 > 서랍' 카테고리의 다른 글

꽃집에 들르다  (0) 2008.04.04
아이처럼  (0) 2008.02.24
밸리댄스  (0) 2008.01.16
아버지와 아들  (0) 2007.08.25
향긋한 봄나물, 냉이  (0) 2007.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