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通統/서랍

꽃집에 들르다

나비 오디세이 2008. 4. 4. 13:44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보았다. 누군가의 손에 들려져 있다가 내 손으로 온 책.

그 책에서 그 누군가의 필체를 보았다. '공기정화:고무나무,벤자민,행운목'이라는 글씨를 보고 미소지으며

그것을 달력 모퉁이에 옮겨 적어 놓았었다. 그 글씨를 매일 보게 되었다. 글씨가 내 마음에 들어와 앉았다.

그래서였을까.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는데 상쾌한 바람이 얼굴 가득 실린다. 그러면서 꽃가게의 꽃들이

막 내게로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꽃가게로 무작정 들어 간다. 넓은 공간에 내가 아는 꽃이나 나무보다 모르는 것들이 더 많다.

고무나무가 보인다.

"작은 고무나무도 있나요?"

"네,,,"

점원이 보여준 고무나무는 작은 포트에 심어져 있다.

적당한 화분과 고무나무 두 그루를 사서 옮겨 심었다. 그러는데 전화가 왔다.

회장님이었다. 어디냐고, 꽃가게라고, 그럼 잠시 기다리라고 해서 기다렸다.

신임회장과 신임 총무가 만날 일이 많구나..그러면서 회장을 기다린다.

꽃가게에 들어서며 주인에게 하는 말,

"공기가 다릅니다. 꽃가게는 처음이네요..이 나이 먹을 때까지..."

"정말요?" 모두 놀란다. 그리 보이지 않기에.

농담삼아 총각 때 안가보고 뭐했어요? 하고 놀렸지만 그의 삶이 어떤 빛일지 가늠해본다.

그는 이번에 등단한 작가이고 그의 삶에 편린들은 조금씩 주워들어서 알고 있다.

그의 글은 농도가 짙다. 자연에 깊이 동화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남성으로서는 다소 여성적인 면이 강한

그의 면모를 보여주는 글도 있고 그의 핸드폰에 저장된 동영상이나 사진들은 대개

꽃, 나무, 동물 등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의 변화들이다.

"마당에 매화가 향이 그득해요. 매실을 많이 딸 것 같아요."

"좀 나눠주세요."

그래요. 이번에 나눠먹자구요." 늘 나눠줄 줄 아는 마음을 보여주었기에 그의 마음을 안다.

문창반 식구들에게도 손수 만든 청국장을 봉지마다 담아서 선물했었으니까. 작년 겨울에.

 

요즘 그가 꽃집에 안 가는 데에는 그의 집에 꽃과 나무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는 알 수 없는 일. 현재 그는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 보고 깊은 성찰을 통해

앞으로의 삶을 반석 위에 올려 놓을 것이라 믿는다. 확신일까. 그것은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 느껴진다.

행동 하나하나에 그의 인생관, 가치관이 묻어 나오기 때문이리.

 

꽃가게에 처음이라는 말에 놀라서 누군가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지만

또 누군가는 평생을 꽃가게에 안 들어가고 살기도 하리라. 꽃가게 주인^^**. 자기 집에 꽃가게인데..

고무나무를 바라본다. 책장에 쓰여 있던 그 글씨로 인해 달력에 옮겨 적은 그 글씨로 인해

나는 늘 고무나무를 생각했고 그 나무를 사기 위해 꽃집에 들어 갔고

거기서 만난 사람을 생각한다.

어떤 사건은 이렇게 작은 고리들이 연결되어 일어나는 것이리라. 작은 고리가 큰 고리로 연결 되어

인연이 된다.

 

봄바람타고 봄꽃들이 나를 움직이게 하고 고리를 만들어 엮어 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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