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通統/서랍

아이처럼

나비 오디세이 2008. 2. 24. 19:07

 

대보름날,보름달이 황금빛으로 빛을 뿜으면서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동쪽 하늘에 금빛으로 물든

둥그런 달이 성큼성큼 동산 위로 올라온다. 조금가니 달은 소나무 사이를 비집고 우리를 따르는 것 같다.

마음이 두둥실.

아들은 달님 같은 얼굴을 하고선 달님에게 가까이 가자고 한다.

달집을 태우러, 쥐불놀이를 하러, 팽이치기를 하러, 연날기를 하러,,,,간다고 하니

"엄마, 저기 저 달이 집으로 오는 거야?"

"하하하!" 모두들 웃었다.

그래, 그랬으면 좋겠다.  저 달이 지구를 맴돌고 그 달의 인력으로 바다가 들낙날락한다는 것을 알지만

나는 그때 그 달이 달집으로 내려오길 아이처럼 바랐다. 아이의 생각을 나는 참 이쁘게 본다.

어른은 그런 생각을 할 수 없기에. 어른은 이미 아이의 생각 속으로 들어 갈 수 없는 것이기에.

서글픈 어른들.

 

오늘 교회에서의 잠깐 생각.

내가 결혼하면서 교회에 처음 나가게 되었다. 처음 나갔을 때 나에게 어떤 청년 하나가 다가왔다.

성경책을 펴 달라며. 난 의아해 하면서 주보에 있는 페이지대로 책을 펴주었다.

나중에 알았다. 그가 정신이 이상하다는 것을. 그는 그때 나보다 서너살?정도 많다고 들었다.

그가 오늘도 어떤 사람 옆에 앉아 성경책을 펴달라며 책을 들이민다.

"응, 으응"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다. 그가 이상하다는 걸. 예전의 나처럼 모르는 사람도 언젠가 알게 될 것이다.

그를 보는 순간 나도 그와 같이 되었으면 한다.  

교회가 분열되어 이쪽저쪽으로 갈라져 서로 싸울 때도 그는 여지없이 그 자리에 있었다. 변함없이.

그의 행동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래서 자유로운 그. 그래서 진실한 그.

이쪽이다 저쪽이다 편가르지 않고 그저 묵묵히 자기의 길을 가는 그가 오히려 진실하고 진리의 길을 가는 것처럼 보인다.

 

'痛通統 > 서랍'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상한 꿈  (0) 2008.04.06
꽃집에 들르다  (0) 2008.04.04
취학통지서를 받고  (0) 2008.01.27
밸리댄스  (0) 2008.01.16
아버지와 아들  (0) 2007.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