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通統/독백

바람부는 날

나비 오디세이 2009. 4. 26. 02:15

 

 

 

 

망해사에서

 

바람이 많이 불었다. 그때도 오늘도. 망망한 바다를 바라보며

꽃잎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보며

떨어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꽃잎들에게서 배웠다.

그들은 바람이 분다고 울지 않는다.

그런데 나는 작은 내 안에 바람이 불면 아프다고 울었다.

키가 작은 나무든 큰 나무든 그들은 그 자리에서 바람을 맞고 바람을 보냈다.

아니 그마저도 없었다. 맞아들이고 보내는 것조차도 의식하지 않는 그들.

이미 내가 고정된 틀 안에서 그들이 맞고 보낸다고 생각할 뿐 그들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아니 알려 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그냥 그대로의 모습이 참이다. 진리다.

 

시련이 지나가고 그 뒤에 바라보는 나의 세상보기는 한층 부드러워졌다.

'痛通統 > 독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유  (0) 2017.08.07
마음  (0) 2010.01.23
어머니가 자주 나오는 이유는  (0) 2008.10.10
나의 색깔은  (0) 2008.10.03
암호명  (0) 2008.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