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글마당

감염-고영

나비 오디세이 2016. 9. 21. 20:55

  감염



          고영


 바람은 아파서 부는 것이라고

 저 헐벗은 목련나무도 아파서 목련꽃이 핀다고

 엄마가 아파서 내가 아프다고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 이슬에 발을 적신다

 마음마저 젖는다

 함께, 아프지 못해서 더욱, 미안한 몸으로

 병원 잔디밭을 걷는다


 잔디밭 끝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희미하게 영안실이 보인다


 저긴, 울음 공장이야!


 병원의 나무들이 죄다 말라 있는 건

 슬픔에 감염됐기 때문이라고

 너무 울어서 속이 다 비었기 때문이라고

 정말 그러니, 새야?


 가만히 들어보니

 나무에 앉아 우는 새들도 목이 다 쉬었다

 허공에 하얗게 떠 있는 잎사귀들

 새들의 눈물이 발라져 있는 잎사귀 물결들

 반짝거린다


   <<딸꾹질의 사이학>>, 실천문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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