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누기/글마당

한(恨)-박재삼

나비 오디세이 2016. 9. 27. 21:15

   한(恨)


             박재삼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 가는

 내 마음 사라으이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 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 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껴운 열매가 될느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의 내 전(全) 설움이요, 전 소망인 것을

 알아 내기는 알아 낼런지 몰라!

 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그것도 몰라, 그것도 몰라!



'생각나누기 > 글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일서정-김광균  (0) 2016.09.27
나의 하느님 - 김춘수  (0) 2016.09.27
감염-고영  (0) 2016.09.21
적경寂境-백석  (0) 2016.08.25
낡은 집-이용악  (0) 2016.08.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