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恨)
박재삼
감나무쯤 되랴
서러운 노을빛으로 익어 가는
내 마음 사라으이 열매가 달린 나무는
이것이 제대로 벋을 데는 저승밖에 없는 것 같고
그것도 생각하던 사람의 등 뒤로 벋어 가서
그 사람의 머리 위에서나 마지막으로 휘드려질까 본데
그러나 그 사람이
그 사람의 안마당에 심고 싶던
느껴운 열매가 될느지 몰라!
새로 말하면 그 열매 빛깔이
전생의 내 전(全) 설움이요, 전 소망인 것을
알아 내기는 알아 낼런지 몰라!
아니, 그 사람도 이 세상을
설움으로 살았던지 어쨌던지
그것도 몰라, 그것도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