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다. 점점 눈발이 굵어진다.
창문에 부딪치는 눈송이를 한참 바라본다.
누군가는 첫눈이 오면 만나기로 한 사람에게 갈 것이다.
나는 이제 누구를 찾을 것인가.
십여 년 전, 우리는 눈내리는 밤길을 함께 거닐었다.
첫눈을 반기는 사람들 틈에서 다른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우리만이 있는 것 같았다. 가로수도 그런 우리를 시샘하는 것 같았다.
쌓이고 있었다.
잃어버린 줄 알았다. 그러한 마음을. 놓쳐버린 줄 알았다. 그 사랑을.
다시 그날의 흰옷을 입을 수 있다는 것
어떤 것으로도 베일 수 없는 옷이라는 것을 알 수 있기에. 나는 견디고 있다.
세월이라는 옷이 입혀져서 있어서다. 시간이 만들어준 그 옷을 죽을 때까지 입고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