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동굴

빛 바랜 사진 속에서

나비 오디세이 2005. 11. 29. 05:09

요즘은 결혼식에 시즌도 요일도 시간도

예전의 틀을 깬다. 필요에 의해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 난 것일까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를 불러온 것일까.

그것의 규명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겨울철에 경사가 더 많은 요즈음

우리집에도 막내동생이 12월 11일에 결혼식을 한다.

우리가 '천연기념물'이라고 이름을 붙인 동생커플.

그들이 처음 만난 것은 15년전쯤, 고등학교때로 알고 있다.

나의 결혼생활보다 길다.

고민하는 남동생을 본적도 있고

맑게 웃는 모습으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본적도 있다.

긴 만남 동안 정식으로 부모 상견례를 한것은

올가을 무렵이다. 그때서야 준비가 되었다고 해야하나.

모든 상황이 두 사람을 묶어준 것은 무엇일까...생각도 해봤다.

얼마전 남동생 여자친구였던 여동생같은 올케될 이와

술자리를 만든적이 있다. 가족모임에서..

 

결혼식 날짜를 잡아놓고 이것저것 준비하는데

우리 동생이 거들어주지 않아 화가 난다며 투정이다..^^*

그리고 첫날밤도 걱정한다.

우리는 모두 놀란다. 정말? 너희 여행도 같이 가고 너희 집에서도

우리 집에서도 같이 잤잖아? ㅎㅎㅎ

그런데 아무일도 없었단다. 우리 남동생 바보 아냐???ㅎㅎㅎ

그런데 지켜주는 것이었단다. 자신의 뜻을 져버리지않고...

15년의 연애기간도 놀랄일이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남동생 커플같은 연인도 있을까 싶은 생각이다.

그들이 산 증인이니 있는 것이 아닌가.

 

결혼식에 필요한 어릴적 사진이 필요하다며

누나더러 챙겨오라기에 친정집에 있는 앨범을 찾아 보았다.

앨범속에는 그들의 추억이 가득했다. 아름다웠다. 이뻤다.

눈물나도록...

 

또 다른 빛바랜 사진들.

아버지의 청년시절사진과

어머니 아버지의 신혼시절 사진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흑백사진속의 아버지는 참으로 건장하고 멋졌다.

가수이자 텔런트 정지훈(비)을 능가하는 몸매를 자랑하고

계셨다. 해변에서 친구들과 말이다.^^

어머니는 젊은미소를 가득 담고 있었다.

사진 한 장에 가난한 시골 살림살이가 고단했을 모습이 역력히 드러났다.

그런 세월을 강을 지나 지금의 막내가 (어머니는 없지만)

행복한 날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늘에서 어머니도 축복해 주시리라.

초록동굴에서 빠져 나와 남동생의 앞날에 꽃을 뿌려주시리라.

그녀가 눈을 감기전에 가장 마음아파 했던 남동생이었고

그 동생이 무덤속까지 들어가 관을 붙잡던 날을 잊을 수 없기에

그들이 누구보다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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