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바라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항상 같은 자리에서
항상 같은 모습으로
자식들을 돌보고 남편을 뒷바라지 하는 모습으로
평생을 사신 당신이지만
당신안에는 자식들이 모르는 남편이 모르는 꿈도 있고
희망도 있었을 것임을 왜 진작 눈치채지 못했을까요.
삶의 테두리에서 결코 벗어나지 아니하고
주어진 현실에서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신 당신은
우리에게 늘 아름답고 자애로운 어머니의 원형적 심상으로
남아 있지만
정작 당신의 소원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받기만 하고
당신이 주신 사랑이 크다는 것만 알았을 뿐
당신 마음안에 그 큰 꿈들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것은 당신의 삶이 이미 기울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당신은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잠시 내게
당신의 꿈이 무엇이었는지 그 끝자락을 조금 보여주셨지요.
그렇습니다.
당신도 어머니이기전에 또 아내 이기전에
아름다운 한 여인이었고 강팍한 시대의 골짜기에서
헌신과 희생을 전부인냥 사셨지만
한 인간으로서 자아정체성을 찾고자 나름으로 노력했을 것입니다.
그것을 자식들은 발견하지 못했고
그 시대 대부분 어버이들이 그러했듯이
당신도 그 모든것을 심연에 가득 고여 두었을뿐
결코 수면으로 드러내지 않으셨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현실...
그렇지만 자식된 도리로서 한번쯤 묻고 대화라도 해보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당신이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지나치듯 내뱉은 한마디에서
알아차렸다는 것이 못내 아쉽습니다.
다음 생에서는 당신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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