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동굴

도란도란 소리에

나비 오디세이 2005. 11. 24. 06:53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하루를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지친 잠에 떨어지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잠속에 빠지게 마련이다.

그 잠속에서 귀신도 나오고 호랑이도 나오고...

꿈속에서 무진장 달리기를 하기도 했다.

아무리 달려도 내 걸음은 제자리이고 귀신이나, 호랑이는 왜 그리도 빨리 쫓아오는지...

놀라 깨어보면 꿈이었다.

 

그렇게 깨면 어김없이 부모님은 잠에서 깨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주로 우리집 살림살이며 아이들 이야기였다.

난 그 소리가 참 좋았다.

내가 부스럭대면 부모님이 이야기를 중단하시기에

자는척 하며 두분의 이야기를 듣곤 했다.

참으로 다정한 부부셨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시다 두분은 같이 일어나셔서 같이 일하신다.

아빠는 엄마를 많이 도와주셨다. 출근하시기전 같이 일어나서

집안일을 도우셨다. 그때는 그 많은 식구들 빨래를 손으로 하셨다.

아침 준비와 빨래를 늘 새벽하신 어머니.

그리고 일터로 나가신 어머니. 그러기에 아버지는 늘 어머니를 도우셨다.

그 시절엔 모든것이 풍족하지 않았고 힘겨운 시절이었다.

하지만 두분의 사랑이 있었기에 결코 불행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런 튼실한 가정의 울타리가 있었기에

우리 가족들이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리라. 그 힘은 부부의 정이었고

부부의 사랑이었음을 안다. 그런 밑바탕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것이리라.

 

사랑이 풍부하셨지만 성격이 급하고 완고한 아버지를

잘 내조한 여인의 지혜가 있었기에 가능한 가정의 평화였음을 안다.

그때는 잘 몰랐지만 지나고 되새겨보면

평화의 밑거름은 어머니의 자애로움과 지혜가 깔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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