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동굴

그날

나비 오디세이 2005. 12. 16. 11:43

끝끝내 놓지 않을 희망.

 

그렇다.그날도 그렇게 그녀는 완쾌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무당집에 들어갔다. 소문을 듣고.

무당집은 주택가 후미진 곳에 자리했고

그곳에서 어떤 의식을 치루었다. 작은콩들을 던지고...뭐 그런 의식이었다.

그리고

산에 올라가서 치를 행사를 위해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밖에는 흰눈이 소담스럽게 내리고 있었다.

그때 나는 눈(雪)을 바라보았으나

진정 그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상념에 쌓여 비탄에 잠겨 있었다.

 

'왜 그렇게 집착을 하는가? '

 

당신 건강이나 챙기지 왜 나의 일을 걱정하는가 말이다.

마음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그리고 그 짐을 덜어주어야 당신이

건강해질것 같아 할 수 없이 동행한 그 자리가 마음 편할리 없었다.

깡마르고 머리가 빠져 쓰기 싫은 모자를 눌러쓴 그녀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울고 있었다.

그녀는 알까? 알겠지.

 

준비를 마친 무당은 짐들을 차에 실었다.

오늘처럼 많은 눈은 아니었지만 차가운 날씨에

길에는 살얼음이 얼어 있었다. 공기는 매서웠다.

그녀가 걱정되어서 바라보니 힘겨워 보인다.

그러나 나를 향해 미소를 짓는다.

 

차는 월망암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곳을 올라갔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뼈만 앙상했다. 힘겹게 오르는 엄마를 보았다.

내면에서는 통곡이 터져나왔다.

그러나 난 웃었다. 그녀와 함께.

 

중턱에 어느 동굴 같은 곳에 짐을 풀고

시리내리는 굿을 시작했다. 추웠다. 나도 그녀도.

의식을 치른후 하산하는 길은 미끄러웠다.

그녀의 손을 잡고 내려왔다.

 

그 의식을 치루고 난 기다렸다.

행여나 하고...그러나 모든 것은 물거품처럼 건나갔고...

그녀의 병세는 점점 더 악화되어 갔다.

 

내 의식은 잠재워두고 그저 병수발에만 최선을 다했다.

어머니의 희망이 나에게 향하고 있었으나

나의 희망은 어머니의 생환에 달려 있었다.

그녀는 나의 마음을 헤아리는지

내가 이런저런 죽을 쑤어 주면 그래도 억지로 먹었다.

아무리 정성을 다해 맛있게 한다고 해도

항암 치료로 헐어버린 그녀의 입맛을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내가 보는 앞에서 꾸역꾸역 집어 넣었다.

살길은 오로지 그것에 달린것 마냥.

 

그때 만일 그녀가 바라던대로 나에게 좋은 소식이 있었다면

그녀가 생환의 힘을 찾았을까...

의문이다.

그녀는 갔고

그녀의 희망은 이루어졌다.

 

그녀의 놓지 않은 희망이 있어서 였을까.

그녀가 간 후에 희망은 결실을 보았다.

그녀의 후광이 어디든 비쳐서

지금의 우리가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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