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동굴

작은 새의 노래로 다가서는 그녀

나비 오디세이 2005. 12. 21. 05:52

 

아무도 가지 않아 하얀 솜이불 처럼 폭신한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거리에

푹푹 빠지며 거닐때 내 영혼도 그 속에 잠기는 느낌이다.

그 속에 잠겨 허우적 대다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작은 새의 노래소리에

내 귀는 번뜩이는 섬광을 발견한 각막처럼 순간 멈춰버리고

온 신경이 마비된 듯 육체도 정신도 그 소리에 집중한다.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작은 새

손가락 두 마디를 합친것 같이 작은 새가

천상의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다.

아, 내 가슴에 울림은 천둥소리되어 너를 본다.

감동이 물결치며 가만 가만 숨소리조차 내지 않는다.

너는 날아가 버릴것 같은 내 영혼의 작은 노래같다. 그 순간에

나는 너를 보며 초록동굴의 그녀를 떠올리고 그녀와 대화를 시작한다.

그녀는 작은 새처럼 초록동굴에서 나를 찾고 있었다.

그녀가 내게 소리를 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공기가 얼어버린 대지를 밟고 지나가는 곳에

그녀가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시공을 초월한 곳에 있으며

차원을 넘어서 존재한다.

 

"너는 이름이 뭐니?"

"......."

"하하하....."

"포르르"

 

내가 너를 방해했구나. 미안하다.

참 아름다운 네가 눈 속에 발을 담그고

먹이를 찾아 헤매이다 지쳐 어느 곳에 떨어질까 두렵다.

애처로움이 일어 눈물이 맺히는 시간에 바람처럼 날아가 버리는 구나.

넌 내안에 기억의 저장고에 사진처럼 찍혀 있으니

검은 그림자가 너를 덮친다해도 너는 결코 무너지지 않으리니

염려말아라! 살아 있다고 존재가 영원해지지는 않음을 아는 너는

영특한 새이리니.

유한한 존재가 무한한 공간으로 이동하는 순간에는

그것이 영원한 존재이려니.

 

눈보라가 치는 날에 너의 모습이

내 기억의 창고에서 빛을 내고 있다.

초록동굴의 그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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