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동굴

을유년 마지막 날 아침입니다.

나비 오디세이 2005. 12. 31. 05:29

 

내 생애 마지막 날이 다가온다면 난 무엇을 가장 먼저 할 것인가.

그 마지막 날이 언제인가를 안다면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제일 먼저 하게 될 것인데 그것이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늘리는 일일것이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도 꿈꾸어본다.

 

삶의 끈이 끊어 질거라는 것을 알아버린 후, 당신의 얼굴은 처음엔 불안해 보였고

점차 안정을 찾아 갔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요. 처음엔 받아 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원망할 것이고...시간이 흐른후엔 어찌 할 수 없음에 마음에서 수용하게 되고

그리되면 정리하게 된다는 것을....세상이 아무리 아름다운 것들이 많고 아까운 것들이

많아서 끈을 놓기 싫다해도 언젠가는 가야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순간.

그 얼굴은 성자의 모습처럼 초연해보였습니다.

 

당신은 옆집에서 빌려온 돈 몇 천원까지도 갚아야 한다며 챙기셨습니다.

어머니, 난 그런 당신이 미웠습니다. 그런것을 왜 지금 챙기는지...

그러나 그 순간은 내가 당신을 보내드릴 수 없었기에 그랬던 것이고

세월이 지난 지금은 당신이 현명했으며 아름다웠다는 것을 압니다. 나도 그럴 것입니다.

 

어머니, 오늘은 을유년을 보내고 내일이면 새해를 맞이 한답니다.

병술년.

외할머니와 어머니는 늘 새해가 되면 설빔을 해주셨지요. 힘든 생활속에서도

자식들만은 결코 부족함이 없이 채워주신 당신의 손은 거칠고 투박했습니다.

압니다. 어머니는 늘 자식과 부모님을 위한 나날을 보내심을....

 

어김없이 시간이 흘러 새해가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막내아들이 집들이를 한다고

합니다. 어머니, 아시죠. 영애가 드디어 옥철이랑 결혼을 했습니다.

나의 아들 얼굴은 모르지만 영애는 아시죠. 당신을 무척 좋아했던 동생댁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속이 깊은 아이입니다. 그게 참 이쁘고요. 어머니, 잘 살도록 도와주세요.

 

당신 살아 계신 나날은 저 눈속의 붉은 꽃송이처럼 밝고 아름다웠습니다.

아니 저 꽃에 비하겠습니까. 그 어떤 것에도 비할 수 없지요.

그 시간들은 당신에게 우리 가족에게 영원한 시간임을 잊지 마세요.

 

'영원함'을 상징할 그 무엇이 있다면 당신을 향한 사랑과 그리움입니다.

 

새해에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빛을 비추는 당신이 계시기에 더욱 빛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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