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通統/독백

공원에서

나비 오디세이 2006. 5. 18. 15:47

진분홍 꽃잎 다섯장.

그 안에 노랗게 물들인 꽃술.

벌들이 신나게 노니는 운동장 같다.

옆에 사람이 와도 그 무엇이 와도 상관 없다는 듯이

그들은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옮겨다니며 열심히 꿀을 모으고 있다.

생명의 숲이다.

그런 그들을 방해할 수 있겠는가.

가만히 바라다 보다가 땅 아래에서 또 생명들이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개미들이 먹이를 열심히 날라다 땅속 자기들의 집 속에 저장하고 있다.

 

아이가 어느 날 물었다.

"엄마, 개미랑 거미를 밟으면 안되지?"

"응, 왜 그렇게 생각했지."

"그냥."

"......"

 

생명있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모른 상태에서 그렇게 하는 말일지라도

그것은 아름다운 말이다. 그저 느끼는가 보다. 생래적 현상으로.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펭귄이 태어나면 바다로 가듯이.

거북이가 알을 까고 나와서 바다로 가듯이.

 

잠시 세상 바깥에 나가서 그 벌레들의 행동을 살피면 왠지 모르게

나 자신이 작게 느껴진다. 아주 작게.

 

오늘은 뜻하지 않은 소식을 접했다.

매창 백일장 대회에 참가 하고 난 후 난 나의 미숙함에 고개를 숙이고

잊고 있었다. 더욱더 성숙한 나를 만들기 위해 박차를 가해야지 다짐하고서.

그런데 아시는 분이 연락을 취해 왔다.

"기쁜 소식 입니다. 한턱 내야 합니다." ㅎㅎㅎ하면서...

놀랐다.

기대하지 않아서 더욱 기쁘다.

부족한 나를 ...

아무튼 이런 일은 나에게 힘을 준다. 뭐랄까. 더욱더 채찍을 가하게 하면서

용기를 준다. 변화에 대해...그리고 허탈함이 있다.

참 이상한 것이지만 무엇이든 결과를 알고 나면 이렇게 허탈한 것일까.

인생에서 가장 활기찰 때는 무엇인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최선을 다 하는 그 순간에

가장 힘차고 가장 생기있고 생동감이 넘치는 것 같다.

 

기다리는 순간은 또 긴장감에서 팽팽해져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그것이

생의 자극이 되기도 하니 또 기쁜일이다.

 

슬프면 슬픈대로 기쁘면 기쁜대로 받아 들이는 것.

나이가 들면서 터득한 생의 비밀.

그렇다. 모든 것은 내 안에 있는 비밀 열쇠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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