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들

막내동생 집에 다녀와서

나비 오디세이 2006. 7. 10. 15:04

가끔 내가 살고 있는 공간을 조금만 벗어나도 색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벗어남의 행복이다.

눈이 즐겁고 귀가 즐겁고 온몸이 즐거워 하는 소리가 들린다. 더불어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더욱 그렇다. 아버지의 건강함에 감사를 하게 된다. 장시간 여행에도 젊은이들 못지 않은 체력을

과시하는 아버지는 멋쟁이다. 막내사위가 집을 좀 넓혀서 이사를 하고 초대를 해서 즐거운 발걸음

이기도 했지만 가고 오는 길에 아무 탈없이 다녀온 것이 감사하다.

 

언니가 운전을 하고 조카 유진이, 어머니, 아버지, 나, 아들, 이렇게 단출하게 동생집을 방문했다.

가는 동안 영운이는 생글생글, 차안의 분위기 메이커 였다. 어린것의 조잘거림이, 이제 한글을 

안다고 간판이며 글들을 읽는 입이 예뻐서 할머니, 할아버지는 연신 칭찬이다. 그게 좋아서 더

신난 아들은 또 읽고 또 읽는다. 노래도 한다. 온통 웃음이다. 좁은 차안이 좁지 않은 듯이.

 

그렇게 도착한 경기도 구리시. 아담한 집을 예쁘게 꾸며 놓았다. 애리,채리 조카들이 인사를 한다.

어찌나 이쁜지 마음에 미소가 절로 흐른다. 금새 영운이랑 친해져서 또 신난 영운이, 더위도 잊고

즐겁게 지낸다.

 

저녁을 먹고 장자못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아파트 단지들을 끼고 길다란 그 공원이 참 아름다웠다.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이고, 생태계를 보존하려는 노력도 보이고,,,인공미가 가미된 분수가 춤을 추고 물줄기를 타고 조명을 삽입하여 밤에도 화려한 그 공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나왔다. 가족단위, 또 운동을 하는 사람들....온통 사람들이다. 대도시의 특징이지...ㅡ.ㅡ;;;

 

아침의 공원에는 또 다른 맛이 풍겼다. 7월의 푸르름이 가득하고 따스한 햇살이 수면에 비치고 그곳에 청둥오리 가족들이 유유히 물살을 가르는 풍경은 평하로움과 아름다움이 가득했다. 아이들은 연신 소리를 지르며 생명의 신비를 느끼는 것 같았다.

 

막내라서 항상 어린줄만 알았던 동생이 대견스럽게 보였다. 사는 모습이 이쁘다는 것이 이런것일까... 제낭과 오손도손 아웅다웅 살아가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볼 때 나의 기분이 이렇게 차오르는데 아버지는 어떨까...생각하게 된다.

 

아버지의 그늘이 새삼 커다랗게 느껴진 여행이었다. 세월은 비껴가지 않으나 이런 추억들을 집어 삼키지는 못할 것이다. 내 아버지의 그늘을 떠올리며 시어머니의 삶을 돌아본다. 일찍이 혼자되셔서

아들을 키우신 어머니는 아버지의 몫까지 남편에게 해주려 애쓰셨을 것이다. 나는 느끼지 못하는 아버지의 빈자리를 남편은 느끼고 있음을 가끔 보게 된다.

 

행복은 사람마다 다른 색으로 저장 되어 있을 것이다.

내가 초록과 빨강이라면 남편은 노랑과 파랑으로,,, 아이는 엄마, 아빠의 색을 닮기도 하고

또 다른 어떤 색을 창출해 낼 것이다.

 

소서를 하루 지나 여행을 다녀온 우리 가족이 더 단단하게 뭉쳐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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