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들

사람이 산다는 건

나비 오디세이 2006. 10. 4. 14:24

엊그제 부모님댁에 다녀왔다. 어머니는 마당에서 친구분과 담소를 나누며 콩을 고르고 계셨다.

아버지는 밭에 나가서 물을 주고 계셨다. 가물어서 채소들이 말라 죽는다고 했다.

예전 돌아가신 어머니 냄새가 났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이맘때면 분주했다.

우리들 간식이며 거의 모든 먹을거리는 그 손에서 나왔으니까.

새어머니도 마찬가지로 바쁘신 모습을 보니 나의 어머니와 같은 향기를 풍겼다.

 

새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다. 당뇨가 심해서 합병증으로 시력도 나쁘고 다리는 거의 앙상하다.

그 몸으로 우리집 차례준비를 한다. 며느리가 둘인데 이번 추석에는 아무도 거들지 못한다.

사람이 산다는 건 무엇일까. 자신의 분복대로 사는 것일까. 아버지를 만나지 않았다면 또 어디선가

그만큼 그 나름대로 자신의 분복대로 살고 있었을까.

문득 새어머니를 보면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린다.

나의 어머니와 새어머니는 생일이 같은 달이다. 며칠 차이로. 그래서일까.

두 분의 인연을 되돌아 보면서 우리와의 인연을 또 돌아본다.

산다는 건 인력으로 어쩌지 못하는 무엇이 작용하는가보다.

 

큰며느리는 아파서 그런다쳐도 작은 며느리는 이번에 함께 할 수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작은 며느리는 임신 상태에서 맹장수술을 하고 병원에 있다.

수술 당사자도 여러가지로 힘들 것이다. 아이가 자꾸 나오려고 해서 병원에 계속 입원한 상태이다.

임신상태에서 맹장수술을 해야한다기에 정말 놀라고 무슨 일이 있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어서 아이도 건강하고 산모도 건강했다. 그런데 아이가 엄마의 뱃속에서 더 있고

싶지 않았나보다. 자꾸만 밀고 나오려 한단다. 병원에서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면

수술을 하자고 했다 한다. 그것이 추석 전후이다. 아마도 추석 때 수술을 해야할지도 모른다.^^

 

이런 상태이니 어머니도 무슨 복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어머니는 웃으면서 그런 일들을 받아 들인다.

고운 마음, 고마운 마음을 지녔다.

내가 선을 베풀면 선이 쌓이게 마련이겠지. 악을 행하면 악이 쌓이는 것이고...

그런 진리를 모를리 없지. 그래 인생이란 그런 것이야. 내가 그 상황을 만드는 게 아니고

이미 정해져 있는 길로 흐르고 있는 게야. 그렇게 그렇게.

 

산다는 건 어쩌면 이미 정해진 길을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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