痛通統/서랍

바닷가의 추억

나비 오디세이 2006. 7. 15. 07:58

아주 어릴 적, 다섯 살 무렵이었다. 엄마와 외숙모들?(기억이 확실치 않다)이랑 함께 채석강에 갔었다.

내 기억 속 처음 자리의 바다 이미지는 격포 채석강에서의 모래찜질이다.

어린 나는 드넓은 바다가 무섭기도 했던것 같다. 그리고 그날 나는 아끼던 신발을 바다에서 잃어 버렸다.

그래서 그날을 잊지 못한다. 밀물과 썰물의 이치도 모르던 시기에 모래사장에 벗어 두었던

꼬까신이 물살에 휩쓸려 바다로 바다로 떠내려가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다. 그리고 울었다.

엄마는 또 사주마고 달랬다. 모래찜질하다 말고 허둥지둥...

 

친구들이 졸라서 아빠랑 다시 찾은 바닷가는 변산해수욕장이었다. 12살 무렵이었다.

친구들이랑 같이 놀다가 갑자기 나 혼자였다. 그리곤 물을 먹고 허우적...머리가 멍해졌다.

허우적대던 기억뿐이다. 그리고 아빠가 손을 잡았다. 그래서 울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산 해운대에 갔다. 동료들과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야간 열차를 타고 새벽 어스름에 도착한 역 광장, 희부윰한 안개에 젖어 있는 역사(驛舍), 택시들이 많았고 머리에 짐을 진 아주머니들도 많았다. 잠을 못 이룬 촌노의 힘없는 얼굴도 떠오른다.

 

젊은 혈기로 밤새 노래하고 떠들고 왔던 우리는 지칠줄 모르고 다시 바다로 향했다.

새벽바다. 연인들의 축제장이라 여겨질 만큼 사랑의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오고 밀려가고...

또래 친구들이었던 우리는 그저 좋아라 신나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주체할 수 없는 힘을

발산하고 다녔다. 참으로 좋았다. 애인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보다 애인에 대해 이야기하며

고민을 나누는 친구들과의 대화도 아름다웠다. 바다가 주는 포용력이 있기 때문이었을까...

서로는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을 느꼈다.

 

가까운 곳에 바다가 있어 자주 바다를 간다. 훌쩍 떠나는 바닷가는 늘 그대로 맞아 준다.

산이 그렇듯이. 아무런 댓가 없이 포근히 안아 주는 그 바다와 그 산들이 있기에

사람들은 그래도 살만한 것이리라.

 

사계절 옷을 갈아 있는 산은 바다와 다른 독특한 향을 간직하고 있다.

생각을 끄집어 내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신선함이 그리울 땐 바다보다 산을 찾아 간다.

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고 맑은 향기는 두뇌를 자극하여 막혀있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해준다.

더불어 산새들의 노래소리는 천상의 음악처럼 들린다.

그러니 어느 누가 악한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산은 선하다.

 

산은 산대로 바다는 바다대로 그 멋과 풍취를 간직하고

변함없이 맞아 주는 사랑이 풍부한 신의 선물이다.

 

바닷가의 추억은 많은데 산에서의 추억은 무엇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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