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며/무채색 그림

파도

나비 오디세이 2007. 2. 10. 17:02

파도

 

스산한 바닷가에 선다. 입춘이 지나서이기도 하겠지만 요즘 날씨는 봄날 같다. 추위를 싫어해서 따뜻한 것이 좋지만 그래도 날씨는 떄를 맞추어 추울 땐 춥고 더울 땐 덥고 그래야 할텐데...

 

차를 타고 가는 동안에는 그리 추운줄 모르겠더니

바닷가에 내리니 바람이 매섭다. 아, 역시 겨울은 겨울이구나! 하게 한다.

나의 착각. 우리는 가끔 한 면만 보고 다른 면까지 그러하리라 생각하곤 한다. 오해도 그런 오해가 없다.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다. 어찌 모든 사물에 한 면만 있겠는가. 그런데 그것을 그리 잘 알면서도 사고는 틀에 박혀서 고착상태에 빠지기 십상이다.

 

파도는 말을 한다. 끊임없이 유동적인 그는 묶여 있지 말고 헤어나서 자유로운 정신을 가지라고 한다. 그리고 정신의 자유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라고 말한다.

 

겨울, 서해안 고속도로에는 차들이 그리 많지 않고 길가의 나무들은 늘어선 채 나목이 되어 있다. 그들을 감싸주고 싶은 충동. 뾰족한 가지 끝에 피를 흘리고 있는 작은 영혼들이 춤을 추고 있는 듯하다. 나의 시선을 붙잡듯이 친구의 시선도 잡고 있다. 나무는.

 

정신이 탁한 공기에 묵지근 할 때 잠시 다녀온 바닷가는 청량제처럼 시원하고 상큼하다.

그러고 나면 일상은 힘찬 요동을 치고 불끈 불끈 치솟는 힘. 그래서 사람은 정신의 동물이다. 정신이 살아 있어야 육체도 살아서 힘있는 활동을 한다. 정신과 육체. 육체와 정신은 결코 떼어 놓을 수 없음을.

 

파도를 느끼며 나는 감상에 젖었다. 그런데 그 추운 바닷가에서 바위를 넘고 넘어 굴을 따는 아낙네들에겐 삶이고, 고난의 장이다. 고난의 바위. 그러나 정작 그것일까. 아닐 것이다. 그들에게도 꿈이 있고 소망이 있고 그렇게 활동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서 어떤 정신적 산물이 탄생할 것이라 믿는다. 그들은 느끼지 못하는 가운데. 삶은 그런 것이니까. 누구나에게.

 

겨울바다에는 고즈넉함과 외로움과 스산함이 함께 한다. 그리고 우정과 사랑도. 삶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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