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며/무채색 그림

산행

나비 오디세이 2006. 9. 30. 06:40

아침 8시 15분 시내버스를 타고 사자동으로 갔다.

9시에 도착하여 산행을 시작했다. 컨디션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래도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들이 아름다워 힘든줄 모르고 올라간다.

이름모를 야생화들에 대해 또 우리가 배워 익히 아는 야생화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산행을 한다. 기분이 좋다.

혼자 올라갈 때도 좋지만 마음에 맞는 사람이랑 함께 한다는 것도 참 좋다.

 

안내인이 말한다. 직소폭포에 물이 떨어지지 않아서 아쉽다고 ...

알고 올라가시라고 한다.

올라가는 길에 물이 거의 말랐다. 축축하던 길도 바삭바삭, 버석버석 마른 먼지를 일으킨다.

나무들도 갈증이 날 것 같다.

 

봄에는 물이 찰랑이던 호수에도 거의 바닥이 났다. 손에 닿을 듯 하던 그 물이 다 어디로 가고

속이 훤히 보인다. 큰 바위가 그 안에 있다. 가물었나보다.

 

내변산은 산행길이 험하지 않고 아기자기한 산들이 겹쳐져 있다. 한참을 오르다 평지를 만나

숲 속 산책을 하는 기분이다. 얼마나 푸른지 그 푸름에 안겨 가슴이 마구 뛴다.

나무들이 방긋방긋 웃으며 향을 발산하고 있는 것 같다. 

 

직소폭포를 지나 재백이 고개를 넘어 바위산 정상이다.

넓은바위가 하늘을 받쳐들고 있다. 하늘을 본다. 앞산을 본다. 훤히 보이는 그 바위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간식도 먹었다. 누워서 하늘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홀로 산행도 좋을 듯하다. 관리인 아저씨가 우리뒤를 따라 오다가 여기서 잠시 쉬는 우리와

몇마디 나누고 올라간다. 쓰레기를 주우면서 올라간다.  

 

올라가는 곳곳에 가을 야생화가 있다. 그중에 언니와 나의 눈을 끈 것은

닭의장풀이다. 달개비다. 산위에서 보는 달개비는 다른 맛을 풍긴다.

길가 풀숲에 피어 있는 달개비보다 더 굳세고 더 색이 진하다. 그리고 오묘하다.

몽환적 색을 띤다. 푸른 빛이. 여기저기에서 그 빛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아쉬움을 남기고 하산하여 내소사에 닿았다.

내소사는 천년고찰 그대로 조용한 미소를 머금도 우리를 반긴다. 내소사에서 올라가는

산행객들이 많다. 우리가 이른 시간에 출발해서 일찍 산행을 마친편이다.

우리는 내소사 경내를 돌아보다 어떤 향에 이끌려 그 향을 따라갔다.

금목어. 그 나무에서 품어나오는 향이었다. 황홀했다.

금목어 앞에서 한참을 향에 취해 서 있었다. 언니나 나나 떠나기 싫어서...

 

천년된 느티나무앞에서 나의 생을 돌아보았다.

"뭐 물어 볼 것 있으면 느티나무에게 물어봐라" 언니가 말하며 웃는다.

"그래 언니, 이제부터 답답하면 느티나무에게 와야겠네." 내가 말한다.

 

대웅전 옆으로 작은 터에 꽃무릇이 몇 그루 있다. 석산이라고도 하는 그 꽃.

석산은 그 자태가 타는 듯하다. 곱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하는 그 꽃이 사랑을 말한다.

꽃무릇이 슬프고 슬픈 사랑을 말한다.

 

야생화단지에 노랑상사화는 다 시들고 잎도 시들어 가고 있었다.

보랏빛 쑥부쟁이가 곱게 피어 있다. 다른 꽃들도 씨를 맺고 있었다. 씨를 받아 왔다.

그런데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나오며 놓고 왔다. 하하하. 웃으며 그렇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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