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며/바람

공포, 희망, 지혜

나비 오디세이 2007. 3. 7. 14:49

공포

 

헛된 환상이 가득한 이 가면들 사잉에

아아, 나는 쇠사슬에 꽁꽁 묶여 있습니다.

 

보세요! 여기 한 친구가 벌써 원수가 되었으니,

나는 그가 쓴 가면을 벌써 알고 있습니다.

자는 나를 찔러 죽이려고 했지만,

이제 탄로가 나니 슬금슬금 도망을 치는 군요.

 

아아, 어느 쪽으로 가든 이 세상을

빠져 나가 도망칠 수 있다면 날 위협하며,

어두움과 두려움 속에 날 잡아 놓고 있어요.

 

 

희망

 

안녕들 하세요, 정다운 자매들이여!

오늘도 어제도 당신들은 벌써

가장 무도회에서 흥겹게 놀고 계시지만,

내일이면 여러분 모두가 그 옷을 벗어 던질 것을,

나는 너무나 분명히 알고 있어요.

 

 

지혜

 

인간에게 가장 큰 두 가지 적(敵),

공포와 희망을 쇠사슬에 묶어

나 이를 군중들로부터 떼어 놓고 있으니,

길을 비키사라! 그대들은 구원되었도다.

 

보시라, 탑처럼 높은 짐을 실은

이 살아 있는 거상(巨象)을 나 몰고 가노니,

한 걸음 한 걸음 가파른 길을

그놈은 끈기 있게 거닐고 있도다.

 

그러나 저 높은 뾰쪽탑 위에는

여신(女神)이 민첩하고도

넓은 날개를 펴고, 승리를 거두려고

사방을 두루 살피고 있도다.

 

여신을 에워싼 영광과 광채는

사방으로 멀리까지 반짝이고 있나니,

승리의 여신이라 이름하는 그는

모든 활동을 다스리는 여신이니라.

 

* <파우스트> 비극, 제2부, 제1막, 곁방들이 달린 넓은 홀,

가면무도회가 열리고 있는 장이다.

여기에는 각종 여신들과 수많은 상징과 은유를 내포하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있다.

잠깐 생각을 다른 곳에 두면 흘려 보내기 쉬운 단어들 문장들, 그리고 그 속에 숨어 있는 겹겹의 의미들.

겹뜻을 상상해내고 유추해 내는 기쁨이 있다. 읽는 이로 하여금 결코 허투루 넘기지 못하게 하는

묘미가 있다. 인생, 사랑,선함, 악함, 정, 반, 증오, 열정, 감동, 갈등, 과거, 현재, 미래, 감정의 물결,,,,

 

공포, 희망은 인간에게 떼어 놓아야 할 적이라 했다. 그런가. 희망마저도 적이다. 왜? 아이러니다.

희망이 없다면 인간은 현재를 견디어 내기 어렵다는 것을 괴테가 모르겠는가. 그러나 더 깊이 들어가보자. 뭔가 있다, 거기에는. 깊은 의도가 숨어 있다. 그것은 각자 파헤쳐야 할 문제. 나는 그렇게 이해한다.

지혜는 공포와 희망을 묶어 군중들로부터 떼어 놓고 '그대들은 구원되었도다'하고 외친다. 공포와 희망은 동격인가. 인간의 굴레인가. 그로부터 구원되어야 하는가. 질문하게 한다.

 

순간, 이 순간이 최선이다. 현재를 걸어가는 것이 가장 적합한 길이다.

스스로의 주인으로서 살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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