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을 꿈꾸며/바람

이유없는 반항일까

나비 오디세이 2007. 2. 21. 11:26

거대한 산맥을 타고 흐르는 거대한 물줄기를 그대가 어떻게 거스를 수 있겠는가?

 

그 거대함에 그대는 자꾸만 왜소하게 변하는 것을 알고 있잖은가?

 

세월이 흐르면 그 거대함을 거스를 수 있다고 장담하는가?

그러나 외려 세월은 그 거대함을 더 크게 만들고 있잖은가?

 

그대가 지금 이 순간 죽는다면 그대는 남겨진 사람들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을까?

그대는 애도하는 행렬이 길거나 짧거나 간에 그들의 행렬이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진실로 그대가 중요하다고 느끼는 그 삶이 전부이며 그 삶에 충실했다면 애도의 물결은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삶과 죽음은 백지 한 장 차이. 삶은 죽음의 연상선상에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그렇게 얇은 칸막이를 치고 살고 있는 것. 그러나 그 얇은 막은 거대한 물줄기 이상의 힘을 가진 막강한 힘의 소유자가 아닌가?

 

죽은 자의 무덤 앞에서 가슴을 치며 통곡하고 무덤으로 뛰어 들어간들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는 것이 인생인데 그 한 번 뿐인 인생에서 거대한 물줄기를 거스를 수 없다는 것이 가끔은 피를 거꾸로 흐르게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거스른다는 것은 용기의 소산일까? 역으로 그것은 만용이며 기만이며 오만일까?

 

진정한 용기라는 말을 많이 한다. 진정한 용기는 무엇인가? 모든 사람이 다 용기라고 말하는 일반적인 용기가 진정한 용기인가? 자신만이 내리는 판단하에 용기라고 우기면 그것은 오만이며 이율배반이며 만용일까?

 

가끔 어떤 진리 앞에서 말없이 말없이 기도하며 그 진리를 통하는 길을 찾아 헤메는 영혼이 울고 있다.

 

바람 한 점 없는 공간에 작은 촛불이 조용하게 타오르고 있다. 불꽃은 곧게 뻗어 오른다. 방해물이 없이 그가 올라가고 싶은 곳으로 조용히 타오른다. 그러다 작은 바람이 일자 일렁이는 파도처럼 꿈틀거린다. 그리고 파르르 떤다. 더 강한 바람이 불어 온다. 온몸에 절규의 음성이 들린다. 바람이여! 나를 흔들지 마소서! 그러나 바람이 나를 흔드는가? 내가 바람을 불러 온건가? 내 스스로? 촛불은 혼란에 휩싸인다. 그리곤 촛불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흔들린다. 잠시. 소강상태. 원상복귀를 한 촛불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다. 촛불이 그렇듯 인생도 그러하리니. 바람앞에 작은 불빛도 그 생명을 다할 때까지 몸부림을 치는데 하물며 인간이 그 바람 앞에서 무너지면 어떻게 하나? 일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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